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환자가 200명을 넘어선 데다 다른 지역에서도 감염자가 확인되면서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우한 내의 확진자가 하루 사이에 62명에서 198명으로 늘어나자 중국 보건 당국이 그동안 감염자 수를 축소해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직접 나서서 질병 확산을 통제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상하이와 선전 등에서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중국 보건 당국이 쉬쉬하다 뒤늦게 이를 확인하는 등 정보 통제가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를 맞아 수억명의 대이동이 시작돼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인민망 등에 따르면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우한 지역에서만 감염된 환자가 18~19일 이틀간 136명 추가 발생해 총 감염자가 198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또 최초 발생지인 우한 외에 베이징에서 5명, 광둥성 선전에서 14명, 한국에서 1명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기존 태국 2명, 일본 1명까지 포함해 총 확진자가 221명으로 늘었다. 다만 아직까지 감염자는 모두 중국인으로 외국인 감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17일까지 62명이었던 우한 폐렴 환자 수는 18일에 59명, 19일에 77명이 각각 추가됐다. 18일 추가된 환자 1명은 사망해 총 사망자는 3명으로 늘었다. 보건 당국은 갑자기 환자가 늘어난 데 대해 “우한 폐렴의 원인이 코로나바이러스로 밝혀진 뒤 이에 맞춰 진료 방법과 검사 방식을 새롭게 수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염자가 베이징과 선전에서도 발생하는 등 우한 폐렴이 우한을 벗어나 중국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광둥성 보건 당국은 지난 11일 지정 병원에서 격리 치료에 들어간 선전의 66세 남성을 19일에야 공개했다.
우한 폐렴 감염자가 중국 전역과 해외에서도 확산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지난 14일에야 우한 지역의 공항, 기차역 등에서 본격적인 발열 검사를 실시하고 통제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말 첫 감염자가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보름 넘게 방역에 구멍이 뚫려 있었던 셈이다.
중국 질병통제센터는 중국 전역에 실무팀을 보내 전방위적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춘제 대이동이 본격화되면서 방역 시기를 놓쳤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인 수억명이 대이동을 시작했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중국인도 많아 춘제 기간이 우한 폐렴 확산 여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중국 내 환자가 급속히 늘면서 2002~2003년 중국 본토에서 349명, 홍콩에서 299명이 숨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퍼지고 있다. 하지만 우한시 질병예방통제센터는 기자회견에서 “우한 폐렴은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지속적인 인체 전염 위험성은 낮다”며 사스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단호하게 병의 확산 추세를 억제하라”며 “인민 군중의 생명 안전을 가장 앞에 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