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情談] 의도한 대로 다?

Է:2020-01-01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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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은퇴한 여러 종목의 운동선수들이 모여 공을 차는 방송을 보며 마음과 몸, 의욕과 결과의 어긋남에 대해 생각한다. 멋있게 슬라이딩을 하지만 발은 공에 닿지 않는다. 골대를 향해 찬 공은 엉뚱한 데로 날아간다. 의욕은 앞서는데 몸은 따라주지 않으니 달리다가 넘어진다. 마음이 하는 일을 몸은 하지 못한다. 한때 명성을 날리던 이들임에도 그렇다. 누가 그들의 운동신경을 탓할 수 있을까. 마음먹은 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세상에는 의도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많다. 뜻을 이루고 사는 사람보다 이루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땅의 현실이다. 하나님의 뜻도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아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뜻이 이루어지이다” 하고 기도하지 않는가.

은퇴한 운동선수들이 우리에게 알려준 것은 의도에 걸맞은 능력을 갖추지 않았을 때 의도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몸의 형편, 즉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상태에서 마음이 과도하게 의욕을 부릴 때 원하는 결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의도의 옳고 그름이 문제가 아니다. 옳은 뜻이라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른 뜻이라고 해서, 그른 뜻이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나는 대부분의 평범한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정책은 그 의도와는 달리 번번이 집값을 올리는 결과를 낳는다. 정부의 선한 의도를 의심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정부의 실력이 경쟁자(시장이든, 투기꾼이든, 시민들의 재테크 욕구든)만 못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골대 안으로 강하고 정확하게 공을 차 넣기 위해서는 강하고 정확한 의도만이 아니라 기술과 실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의도가 실패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은퇴한 야구나 농구선수들의 축구 경기에서만이 아니라 현역 선수의 경기에서도 심심찮게 골대를 한참 빗나간 킥과 공에 닿지 않는 슬라이딩 태클, 헛발질을 본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킥을 가장 잘 한다는 선수의 킥도 빗나갈 때가 있다. 슬라이딩 태클을 가장 잘 하는 선수도 공 대신 상대방 선수의 다리를 걷어차 옐로카드를 받는 경우가 있다. 그 선수들에게 골대 안에 제대로 공을 차 넣고 싶은 의도, 정확히 공만 건드려 상대방의 공격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없다고 상상할 수 없다. 그들의 헛발질이 그들의 의도라고 추측할 수 없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그런 의도를 가진단 말인가.

실력이 없으면 이기기 어렵지만, 그러나 실력을 갖추었다고 항상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능력을 갖췄는데도 의도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뜻밖에 많다. 열심히 공부한 과목은 점수가 좋게 나오지 않고 시간에 쫓겨 대충 훑어본 과목의 점수가 잘 나오기도 한다.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데도 객관적으로 기량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팀에게 지기도 한다. 피해서 돌아가다가 피하려고 했던 사람이나 일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세상 일이 의지대로 된다면 의지가 강한 사람이 모든 것을 얻을 것이다. 세상 일이 실력대로 된다면 실력 순으로 줄을 서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이 살 만하다고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할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능력만 의지하고 살아서는 안 된다는 교훈도 여기서 나온다. 우연한 행운이나 조건 없는 은혜의 비중을 강조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하나의 결과는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수없이 많은 요소들의 복잡미묘한 합종연횡에 의해 도출된다. ‘나는 내가 아닌 것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것들 가운데 어떤 것은 통제가 가능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알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알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의도가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실력이 항상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서 우연한 행운만 기대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이것은 옳은 적용이라고 할 수 없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때 간혹 찾아오곤 하는 것이 행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어떤 뜻도 갖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항상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명제가 열심히 하지 않을 구실이 될 수는 없다.

이승우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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