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올해와 내년 기상도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민간연구소에선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2년 연속 1%대에 그친다는 진단을 잇따라 내고 있다. 정부도 “소비자심리가 외환위기 수준에 가깝다”며 우려를 표시한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보호무역주의 확산, 저출산·고령화 등 걸림돌이 곳곳에 쌓여 있다. 내년 하반기 기준금리가 연 1% 수준까지 내려간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저성장·저금리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산업은 금융이다. 취약계층 연체율이 상승하고, 지방 한계기업의 부실채권이 증가하는 등 신용리스크 부담이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30일 ‘2020년 경제·금융 및 금융산업, 일반산업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한국 경제는 올해(1.8%)와 내년(1.9%) 연속으로 1%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민간연구소에서 공식적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을 1%대로 잡기는 지난달 26일 LG경제연구원(1.8%), 지난 29일 국가미래연구원(1.78%)에 이어 3번째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이미 내년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UBS는 1.9%, 모건스탠리는 1.8%,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6%를 예상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한국의 ‘성장률 2%대 시대’가 이미 끝났다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길어지고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의 회복세가 지연되면서 반도체를 주력 수출엔진으로 하는 한국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세 이상 64세 이하)가 급속하게 줄어드는 점도 문제다.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인구의 감소가 불러올 파장은 무시무시하다. 가계소득 저하, 소비 침체,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고 경제 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얘기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달에도 수출액이 마이너스로 예상된다. 11개월 연속 마이너스가 될 것 같다.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고 중국 경기 둔화, 미·중 무역분쟁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심리지수가 6개월 연속 100이하’라는 지적에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수준”이라고 답했다.
또한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에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인 연 1.0%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 부문의 부진으로 정부소비 및 정부투자가 경제성장률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만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재정 정책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하면서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1%대 저성장·저금리’ 직격탄을 맞는 곳은 금융 산업이다. 가계와 기업의 상환능력이 떨어져 금융회사의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계기업 증가, 지방 경기 악화, 이자이익 감소, 오픈뱅킹(은행간 디지털 플랫폼 통합)에 따른 경쟁 과열, 투자심리 위축, 자산관리(WM) 수익 저하 등도 위험요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에 금융권은 체질 개선을 위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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