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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영수증·통장 없는 ‘페이퍼리스 금융’ 속도 빨라진다

늘어나는 발행 비용 줄이기 전략… 종이 없는 은행 지점도 속속 등장


“영수증 필요하세요?” 직장인 서모(38)씨는 식당 등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늘 “필요 없다”고 답한다. 다만 서씨 뜻과 상관없이 ‘종이영수증’은 이미 출력된다. 갈 곳을 잃은 영수증은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서씨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결제 내역을 받아보기 때문에 종이영수증은 번거롭다”며 “고객이 (영수증을) 원하지 않으면 아예 출력되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종이영수증(매출전표)의 경제·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될까.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종이영수증 발급 건수는 129억건, 발급 비용은 561억원에 이르렀다. 2015년 발급 건수(103억건)와 비교하면 25.2%, 발급 비용(489억원)은 14.7% 증가했다. 고 의원은 “종이영수증 발급에 연평균 513억원이 쓰인다”고 추산했다.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 계속 늘자 금융권에선 종이를 없애는 ‘페이퍼리스(paperless)’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신한카드는 카카오페이와 손잡고 지난 3일부터 종이영수증 같은 형태의 ‘전자영수증’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종이영수증을 받지 않거나 받아도 버리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종이 사용을 줄여 환경을 보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신용카드 종이영수증의 ‘선택적 발급’을 긍정 검토하고 있다. 현재 연매출 4800만원 미만의 간이과세자나 소매업·음식점업 등을 운영하는 일반과세자는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매출전표를 의무 발행해야 한다. 카드업계는 이 규정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도 신용카드 가맹점의 영수증 발급 방법을 더 다양하게 열어주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미 커피전문점, 대형마트 등에서 전자영수증이 활용되는 상황을 감안해 관련 법규를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다.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등이 개정되는 시점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신용카드 영수증을 받아볼 수 있을 전망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은행권은 ‘종이 없는 지점’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서교동지점은 지난해 6월부터 ‘현금·통장·종이’가 없는 디지털 점포로 운영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3월 지점에서 쓰는 100여종의 종이문서를 없애고 전자결재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KB국민은행은 종이를 쓰지 않는 ‘디지털 창구’를 오는 9월까지 전 지점에 도입할 계획이다. 금융 당국은 내년 9월부터 ‘종이통장’ 발급 비용을 고객이 일부 부담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될 경우 ‘페이퍼리스 흐름’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종이영수증과 종이통장에 익숙한 고령층이 ‘종이 퇴출’ 흐름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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