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모인 아랍권 정상들이 미국이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주권을 인정한 것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분열된 아랍권이 오랜만에 단결된 모습을 보였지만 미국의 우방을 자처하는 브라질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스라엘을 지지했다.
아랍연맹 22개 회원국 정상과 대표단은 31일(현지시간)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 제30차 아랍연맹 정상회의를 열고 시리아·리비아·예멘 내전 등 아랍권 현안을 논의했다.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주권 문제도 주요 화두였다.
아랍연맹 내 대표적 친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개회식에서 “사우디는 골란고원에 대한 시리아의 주권을 훼손하는 어떤 조치도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역시 친미 국가로 분류되는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도 “국제법과 유엔 결의에 따르면 골란고원은 점령된 시리아 영토”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해 골란고원을 빼앗았지만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하고, 국제사법재판소에 법적 의견을 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랍연맹은 최근 이란의 중동지역 영향력 확대, 예멘·알제리·수단의 정국 불안 등의 이슈를 둘러싸고 분열된 상태다. 아랍연맹 맹주인 사우디가 숙적 이란과 우호 관계에 있는 카타르에 단교를 선언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올해 아랍연맹 정상회의에는 타이크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군주도 참가해 힘을 보탰다. 분열돼 있던 아랍 지도자들이 골란고원 영토 주권 문제가 불거지자 단합을 도모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주권 강화 방침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대사관에 준하는 위상을 갖춘 무역사무소를 예루살렘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후 불법 점령해온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 지지 의사를 밝히며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했다. 이후 과테말라 파라과이 루마니아 등 친미 정책을 강화하는 국가들이 미국을 따라 대사관을 이전하거나 이전 계획을 세웠다. 노골적인 친미 성향을 보여온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이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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