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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년하청 증권시장… ‘매도’의견 여전히 0.1%라니

증권사들의 투자 의견 보고서를 믿어선 안 된다는 건 한국 증권시장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17년 7월 중순 한국항공우주(KAI)의 방산비리 및 분식회계 논란이 본격화됐다. 그런데 8월까지도 상당수 증권사들이 여전히 ‘매수’나 ‘중립’ 의견을 밝혀 논란이 됐다. 보고서를 믿고 매수하거나 그대로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개미)들이 최대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그해 9월 금융감독원은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매수 의견 일변도의 관행을 바꾼다며 괴리율(목표주가와 실제 주가 차이) 공시제와 검수기능 강화, 보수산정기준 명확화 등의 제도 개선 방안을 증권사들이 시행토록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까지 1년간 발행된 기업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증권사 보고서 중 매도의견 비중은 0.1%였다. 전과 변동이 없었다.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의견 비중은 13%였다. ‘매수’ 의견은 제도 개선 전 75.7%에서 76.3%로 되레 높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범위를 넓히면 매수 의견은 80.5%까지 높아진다.

똑같은 시장을 두고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투자전망이 이처럼 낙관적이었던 배경에는 기업 눈치 보기가 깔려 있다. 기업은 채권 인수·기업공개 등 국내 증권사의 기업금융 관련 주 고객인 데다가 애널리스트도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해당 기업으로부터 정보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가 기업 눈치를 보며 ‘뻥튀기’ 보고서를 양산하는 현실에서 증권시장이 발전할 리 없다. 기업과 증권사, 기관투자가 등으로 구성된 ‘그들만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불신이 팽배해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최대 피해자는 개미들이다. 한국에서 유달리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도 유휴자본을 생산적인 투자로 전환시키는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낮은 것과 관련이 깊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7일 기관투자가의 위탁매매 증권사 선정 시 소속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질을 평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방안과 기업과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적 리서치기관 설립 등을 권고했다.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 방안을 다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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