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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파업 민주노총, 고용세습 사과부터 하라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공개한 울산 중견기업 노동조합의 고용세습 요구는 아주 노골적이었다. 지난 2월 연봉 4000만∼6000만원의 생산직 신규채용을 앞두고 회사에 공문을 보냈다. ‘조합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며 채용인원 12명 중 10명을 그 자녀로 할 것’을 요구했다. 채용 우선순위도 통보했는데 1순위는 퇴직 전후 3년 이내인 조합원 자녀, 2순위는 퇴직을 4년 앞둔 조합원 자녀, 3순위는 조합원 친인척 및 지인, 4순위는 대한민국 청년이었다. 공문에는 자녀 입사를 희망하는 조합원 명단과 수험번호까지 적혀 있었다. 그동안 이런 식으로 조합원 자녀와 친인척 40명이 채용됐다고 한다.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인 이 회사 노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에 있다. 역시 고용세습 문제가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노조도 민주노총 소속이다. 민주노총은 21일 탄력근로제 확대 등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벌였다. 불공정한 기득권을 앞세워 청년들의 채용 기회를 박탈하며 노동시장을 왜곡하는 이들이 노동법 전면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세습노총’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사과부터 해야 한다.

정부는 9대 생활적폐를 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그중 하나로 포함시켰다. 그렇게 한 까닭은 ‘출발선의 불평등’을 조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조의 고용세습은 이 기준에 정확히 부합한다. 조합원 자녀부터 지인까지 채용 1∼3순위에 올리고 4순위에 대한민국 청년을 적어놓는 행태, 일자리를 대물림해 조합원 연줄이 없는 청년의 취업관문을 바늘구멍으로 만드는 일이 생활적폐가 아니라면 적폐란 무엇인가. 하지만 이 중견기업은 ‘공공기관’이 아니므로 그 노조의 고용세습은 적폐에서 비켜나 있다. ‘비리’란 범주도 너무 좁아 이런 악습을 다 포괄하기 어렵다. 현대자동차 등 대형 사업장 13곳은 아직도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이 있다. 하 의원은 더 많은 사업장에서 노조의 위력에 일자리 대물림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9대 생활적폐의 2번 항목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불공정한 채용 행태’로 문구가 바뀌어야 한다. 공공기관에 국한할 문제가 아니고 사법 잣대만 들이댈 일도 아니다. 일자리는 이 시대 최고의 복지이며 그만큼 공정해야 한다. 생활적폐 차원에서 고용세습을 청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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