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고혈압 치료제 115개 판매 중지

고혈압 치료제로 쓰이는 원료에서 발암가능물질이 발견되면서 시민들의 동요가 커지고 있다. 보건 당국은 문제의 물질이 함유된 의약품 115개 품목을 확정했다. 또 1회에 한해 환자가 본인부담금 없이 문제 약품을 다른 치료제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9일 발암가능물질 사용이 확인된 고혈압 치료제 115개(54개 업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앞서 유럽의약품안전청은 중국의 ‘제지앙 화하이’사가 만든 ‘발사르탄’이라는 원료에서 발암 가능성이 있는 불순물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 7일 해당 원료가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혈압 치료제 219개를 잠정적으로 판매 중지했었다. 식약처는 “현장 점검 결과 104개는 문제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판매중지 조치를 해제했다”고 말했다.

NDMA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2A군으로 정한 발암위험 물질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2A는 동물실험에서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밝혀졌지만 사람을 상대로는 발암 가능성이 적은 물질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2A가 인체에 유해한 것은 확실하지 않으나 의약품에는 보통 쓰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신의 약이 발암물질 함유 추정 제품 목록에 있다고 해서 복용을 중지하면 병이 악화된다”며 “의사에게 상담해 대체 치료제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복용 약에 발사르탄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경우 안심하고 기존 약을 먹으면 된다.

일선 병원과 약국에는 자신이 복용 중인 고혈압 약이 발암물질에서 자유로운지, 약을 계속 먹어야 할지 등에 대한 고혈압 환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관계자는 “자체 처방한 모든 고혈압 약에는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환자들에게 일일이 알려주느라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이날 식약처 홈페이지는 제품 목록을 확인하려는 접속자들이 몰려 오전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엔 ‘식약처 홈페이지’ ‘발암물질 고혈압약’ 등이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왔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문제가 된 발사르탄을 원료로 쓴 115개 품목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중지하고 복용 중인 환자는 재처방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기관을 방문할 수 없어 약국을 찾는 경우에도 의약품 교환이나 대체조제가 가능하다. 다만 1회에 한해 환자 본인부담금 없이 교환만 가능할 뿐 환불 절차는 따로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또 재처방, 조제 과정에서 이미 본인부담금을 지불한 경우에는 추후 환불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복용환자 명단을 파악해 처방받은 병·의원 등에 제공하고,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연락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안규영 최예슬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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