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패만은 안 된다.” 태극전사들은 1%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전사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 축구의 희망을 보여준 경기였다.
28일 오전(한국시간) 카잔 아레나에서 끝난 한국과 독일의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인 한국은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독일을 맞아 놀라운 경기력을 펼쳐 보이며 2대 0으로 이겼다. 독일은 1승 2패, 승점 3점으로 한국과 같지만 승자승 원칙에서 한국(3위)에 밀리며 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우승국 저주’에 걸린 독일 선수들은 망연자실했다. 독일이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 감독은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기기 위한 경기를 하겠다”며 “공은 둥글다. 멕시코가 독일에 이겼듯이 우리도 독일을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자신감은 내비쳤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한국 축구의 미래가 걸려 있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4-4-2 카드를 꺼내들었다. 투톱으로 독일 축구를 잘 아는 손흥민과 구자철을 출격시켰다. 손흥민은 부상을 당해 출전하지 못한 기성용 대신 주장 완장을 찼다. 1, 2차전에서 실수를 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장현수는 기성용을 대신해 수비형 미드필드로 나서 문선민, 정우영, 이재성과 호흡을 맞췄다. 포백은 홍철, 김영권, 윤영선, 이용으로 구성됐다. 골문은 이번에도 조현우가 지켰다.
꼭 이겨야 하는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전방에서 독일을 압박하며 공을 빼앗아 과감한 역습에 나섰다. 독일은 섣불리 맞불을 놓지 않고 수비에 치중하며 한국의 빈틈을 노렸다. 탐색전을 끝낸 독일은 전반 10분부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국 수비수들은 육탄방어로 독일의 슈팅을 막아냈다. 특히 조현우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슈퍼 세이브 쇼를 펼쳐 보였다. 경기 후 곧바로 베이스캠프가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한 대표팀은 29일 오후 1시5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한편 이날 열린 F조의 멕시코와 스웨덴의 3차전에선 스웨덴이 멕시코를 3대 0으로 꺾고 조 1위로 16강에 합류했다.
카잔=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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