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131억대 ‘뒷돈 게이트’… 야구계 충격

황재균 보내며 20억 받는 등 2009년부터 23건 중 12건 축소
“돈 때문에 선수 팔아치운다” 비난 여론 일까 부담느낀 듯
연루 구단 “잘못된 계약 반성”… KBO, 특조위 조사 후 상벌위


넥센 히어로즈가 2009년 말부터 최근까지 트레이드 과정에서 131억5000만원의 뒷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10개 구단 가운데 SK 와이번스만을 제외한 8개 구단이 모두 넥센과 이면계약을 맺었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의 품격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각 구단의 자체 조사 결과 이 같은 미신고 현금 트레이드 계약 사례들이 확인됐다고 30일 밝혔다. SK를 제외한 9개 구단은 “잘못된 계약을 깊이 뉘우치며,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BO는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관련 구단들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열 방침이다.

넥센은 메인 스폰서가 없던 히어로즈 시절부터 23건의 트레이드를 체결했다. 넥센이 트레이드와 관련해 받은 현금을 축소 신고·발표한 사례는 이중 절반을 넘는 12건이다. 2009년 12월 장원삼을 삼성 라이온즈에 내줄 때 발표된 내용은 투수 김상수, 박성훈과 함께 현금 20억원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실제로는 현금 35억원이 건네졌다.

넥센은 2010년 7월 황재균을 롯데 자이언츠에 보내며 김수화 김민성을 데려올 때 KBO에 신고하지 않고 20억원의 현금을 받았다. 2010년 12월 고원준을 롯데에 내줄 때에는 이정훈 박정준만 받아온다고 했다. 하지만 이때에도 19억원의 현금이 몰래 동반됐다.

넥센은 2011년 7월 송신영 김성현을 LG 트윈스에 보내고 심수창 박병호를 영입할 때에도 15억원의 뒷돈을 받았다. 미국프로야구(MLB) 출신 김병현을 2014년 4월 KIA 타이거즈에 트레이드할 때에도 뒷돈은 예외가 아니었다. 구단들의 이면계약은 넥센이 채태인을 롯데에 내주던 지난 1월까지 이어졌다.

야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김인식 KBO 총재 고문은 “프로라면 장사를 할 수도 있다”며 “액수를 밝혀도 문제가 없을 것을 왜 이면계약까지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넥센뿐 아니라 다른 구단들도 책임이 있다”며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야구계가 보다 더 투명해져야 한다”고 했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도 “최근 NC 다이노스, KT 위즈와의 트레이드에서 발생한 미신고 현금 6억원의 경우 KBO가 승인하지 않을 액수가 아니었다”며 의아해했다. 야구계는 넥센이 “돈 때문에 선수를 팔아치운다”는 비난 여론을 부담스러워 했던 것으로 추측한다. KBO는 이번에 적발된 미신고 계약들도 정상적인 구단 법인계좌들을 통했고, 모두 세금계산서가 발행되긴 했다고 설명했다. 이장석 전 대표 등 넥센 수뇌부로 흘러간 ‘인센티브’가 있는지는 추가 조사가 이뤄진다.

KBO는 생각보다 큰 뒷돈 규모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KBO는 애초 넥센과 NC, KT가 주고받은 6억원을 전액 환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131억5000만원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장 사무총장은 “이번에는 구단들이 자진 신고했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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