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중심병원 선정 돕는 대가 뇌물 받은 복지부 국장 구속

보건복지부 고위 공무원이 국책사업 정보를 유출해주는 대가로 병원의 법인카드를 넘겨받아 유흥비로 3억5000만원을 쓴 사실이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13년 복지부가 추진했던 연구중심병원 선정 과정에서 각종 정보를 인천의 가천대 길병원에 제공하고 병원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한 혐의(뇌물수수)로 복지부 국장급 공무원 허모(56)씨를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허씨는 2012년 연구중심병원 선정을 담당하는 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 주무과장으로 있으면서 길병원에 정부계획과 예산, 선정 병원 숫자 등의 정보를 제공했다. 길병원은 이듬해 3월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돼 5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이 과정에서 허씨는 길병원 원장 이모(66)씨로부터 골프 등의 향응접대를 받았고 병원 명의의 신용카드를 건네받아 지난해 말까지 4년간 골프장 유흥주점 호텔 스포츠클럽 등에서 사용했다. 길병원은 사용금액이 많아지면 카드를 바꿔줬는데 허씨가 사용한 길병원 명의 카드는 모두 8개였다.

경찰 관계자는 “허씨는 ‘길병원 측에서 필요한 인재를 발굴해 달라고 요청해 관련 비용을 사용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허씨가 먼저 법인카드를 병원장에게 요구했고 유흥에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병원장 이씨와 허씨에게 법인카드를 직접 건넨 병원장 비서 김모(47)씨 2명을 뇌물공여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했다. 이씨는 가지급금 명목으로 병원의 법인자금을 받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인천 지역의 국회의원 15명의 후원회에 정치자금을 낸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고 있다. 복지부는 허씨의 직위를 해제하고 징계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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