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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금이 바로 중재자 역할해야 할 때다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연기하고 북·미 간 신경전이 격화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북한과 미국을 중재하고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17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아직까지 한 번도 가동되지 않은 핫라인 전화통화부터 할 때가 됐다.

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벼랑끝 전술로 더 이상 판을 흔들지 말 것을 당부해야 한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북한이 걸핏하면 돌변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신뢰를 떨어트릴 뿐이다.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전에 김 위원장과 통화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이 진정성이 있는지 여부를 전달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핫라인은 이럴 때 통화하라고 만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정 실장 등을 통해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라고 요구할 필요가 있다. 전리품도 아닌데 북 핵무기를 리비아식으로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등의 볼턴 보좌관 발언에 대해 북한은 굴욕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미국이 리비아식이 아닌 트럼프식 모델을 거론하며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런 점에서 다행이다.

무엇보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은 북 체제 보장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미국이 북한에게 시혜를 베푸는 듯이 경제 원조만 하겠다는 입장만 밝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면 북한은 그에 상응해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핵무기 중 일부만 폐기하려 할 것이다. 북한도 핵을 감춰둘 생각이 없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가 믿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핵폐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청와대도 강조했지만 상대방 입장을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아니면 북·미 정상회담은 성공할 수 없다. 서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와 북 체제 보장이 핵심 의제다. 다른 현안을 내세우기 보다는 두 가지 의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 바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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