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세력 소행으로 꾸미려?… 민주당원 댓글 조작 미스터리

같은 직장 다니는 동료로 경제 민주화 카페도 운영
회원 아이디 받아 썼다는데 회원 아닌 경우도 상당수
경찰이 사무실 급습하자 USB 버리는 등 증거 인멸
바른미래 “배후 밝혀야”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문재인정부 비방 댓글 추천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된 김모(48)씨 등 3명이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당국은 비방 댓글 순위조작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민주당 조직국에 문의한 결과 구속된 3명이 모두 당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앞서 김씨 등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해 지난달 30일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 1월 17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기사에 달린 정부 비판성 댓글에 반복적으로 ‘공감’을 클릭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추천 순위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614명의 네이버 아이디를 확보한 뒤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 ‘땀 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는 댓글의 공감 수치를 올렸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같은 작업을 반복하게 해주는 자동화 프로그램이다.

이번 사건은 방송인 김어준씨가 지난 1월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네이버에 게시된 남북단일팀 기사에 달린 비판 댓글이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조작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민주당은 이를 경찰에 고발했고 네이버도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네이버를 통해 받은 인터넷 접속기록 등을 추적해 지난달 22일 경기도 파주의 한 사무실을 급습했다. 구속된 김씨 등 3명은 당시 사무실에 있다가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을 화장실 변기에 버리는 등 증거를 인멸하다 현장에서 긴급체포 됐다.

이들은 같은 직장에 다니면서 진보 성향의 경제 민주화 관련 카페 운영자로 함께 활동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카페 회원은 2000여명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600여 개의 아이디를 회원들로부터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카페 회원이 아닌 아이디도 상당수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다 자신들이 당비를 내는 민주당원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2016년부터 매달 1000원씩 당비를 납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동기와 관련해 “보수 세력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비방을 많이 한다고 하기에 시험해 봤고, (정체가) 드러나면 곤란하니까 이왕 할 거면 보수 세력이 한 거처럼 하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김씨 등은 과거에도 인터넷 공간에서 상당기간 진보 진영에 우호적인 활동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다른 기사의 댓글에도 비슷한 방식의 조작을 진행한 것으로 의심하고 압수물을 분석 중이다. 댓글 조작을 지시한 배후나 공범이 있는지도 확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물 중에 아직 분석할 게 많이 남아 있다”며 “파일에 보안 장치를 일일이 해 놔서 분석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논평에서 “조작에 착한 조작과 나쁜 조작이 있을 수 없다”며 “경찰은 구속된 세 사람 이외에 정치적 배후 세력은 없는지 수사에 총력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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