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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의 통상 압박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정부가 26일 공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결과를 보면 상호 이익의 균형을 이뤘다고 평가하긴 이르다. 정부는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막고 철강 관세 면제를 얻어내 선방했다고 자평했다. 미국산 자동차 부품 의무사용이나 관세율 후퇴를 막아낸 점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FTA 협상 폐기와 철강 관세 폭탄 배수진을 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에 끌려 다니다 미국 쪽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는 점에서 ‘윈윈 협상’이라고 말하기 민망하다.

미국은 철강 관세 면제 혜택을 주는 대신 2015∼17년간 평균 수출량(383만t)의 70%에 해당하는 쿼터를 설정했다. 미국이 철강과 함께 대미 무역적자 주범으로 꼽은 자동차 부문에선 픽업트럭(화물차)의 대미 수출 관세철폐 시기를 2021년에서 2041년까지 20년 추가 연장했다. 우리나라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더라도 미국 기준을 충족하면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도 현행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확대했다. 대신 우리는 농업부문의 추가 개방을 막아내고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를 일부 개선했다.

문제는 자국 이기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 내내 통상 압력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데 이어 반도체에 대한 관세법 위반 조사를 진행 중이다. 더 큰 문제는 미·중 무역분쟁에서 우리나라가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5일(현지시간)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해 중국이 한국·일본산 반도체 수입을 줄이고 미국산 반도체 구매를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안보를 지렛대로 대중 압박에 협조해 달라고 우리 측에 요구했을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엄중한데도 정부가 이날 뒤늦게 통상조직과 인력을 확대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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