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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남호철] 관광 예절

[내일을 열며-남호철] 관광 예절 기사의 사진
지난해 2월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아수라장이 된 제주공항 사진이 SNS에서 공분을 샀다. 면세품을 대량으로 구매한 중국인들이 귀국 때 세관 검색에 대비해 면세품 포장재를 전부 뜯어내 버렸기 때문이었다. 당일 이곳에서만 100ℓ들이 쓰레기봉투 100여 개 분량의 쓰레기가 나왔다고 하니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유커들의 막무가내식 행동이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시끄럽게 떠드는 것은 물론 식당 종업원을 마구 폭행하는가 하면 금연 객실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우고 일회용품이 아닌 호텔 물품을 가져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쇼핑 매장 등 아무 데서나 용변을 해결하는 등의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정도는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인들만 탓하랴. 한국인들도 외국에 나가서 ‘어글리 코리안’의 행태를 보인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해 11월 국내 유명 배우가 해외여행 중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배우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에 있는 사자상에 올라타는 모습을 올리고 사연을 적었다. 사자상에 올라탄 배우를 본 주변 사람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 사자상은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두 개의 사자상 중 하나다. 당시 누리꾼들은 ‘나라 망신’이라며 일제히 비난했다.

연간 2000만명 이상이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한국인 해외여행객이 26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늘어나는 해외여행객에 비해 국가적 망신을 사는 행태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국인의 해외여행 에티켓 수준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해외여행을 다녀온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외여행 때 우리나라 국민의 에티켓 수준은 5점 만점에 평균 2.75점으로 ‘보통 이하’ 수준이었다. 5점 만점 척도 조사에서는 대개 3점을 ‘보통’으로 매긴다. ‘에티켓이 우수하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17.6%에 불과했다. 반면 ‘에티켓이 부족하다’는 답변은 37.4%에 달했다.

여행객의 증가와 여행객들의 여행문화 발전 속도가 비례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여행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여행 에티켓과 매너가 필수적이다. 에티켓이 지켜야 할 범절이라면 생활 속에서의 관습이나 몸가짐 등의 일반적인 룰이 매너다. 지난해 말 안타까운 사건이 충북 제천에서 일어났다. 화재로 29명이 숨졌다. 화재도 문제지만 도로에 무분별하게 세워 둔 차량들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다는 사실도 지적됐다. 숱하게 많은 사고를 겪으면서도 이러한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이 비난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새해 첫날 강원도 강릉 경포해변을 찾은 관광객 일부가 소방서 앞에 차를 무더기로 주차한 모습이 우리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난 1일 강릉소방서 경포119안전센터 소속 대원들은 오전 6시쯤 경포해변 해돋이 행사 안전 지원을 위해 출동했다. 지원 업무를 마치고 오전 7시40분쯤 안전센터로 복귀한 대원들을 맞이한 것은 센터 앞마당에 불법 주차된 10여 대의 차량이다. 화재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면 센터에 대기하던 소방차량이 출동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어처구니가 없다.

이는 에티켓과 매너를 넘어 법적인 문제다. 에티켓이 없거나 매너가 나쁘면 비난에 그칠 수 있지만 법을 어기면 제재를 받게 된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소방차 등 긴급차량 통행에 지장을 초래할 경우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생업의 현장에서 잠시 벗어나 산과 들을 다니며 일상의 피로나 권태를 푸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기분을 위해 다른 사람을 언짢게 만드는 일은 줄어들어야 한다. 좀 더 성숙한 관광 예절이 필요하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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