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주산지인 충북 충주시의 경우 전체 재배 면적의 30% 정도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 여름 자주 내린 비로 인해 탄저병이 급속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경북도도 사과 탄저병 확산에 따라 최근 ‘병해충 발생 경보’를 발표했다. 영주·문경·예천 등 경북 북부지역 사과 주산지를 중심으로 홍로 등 조생종 사과에서 탄저병이 발생해 빠르게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까지 7∼8월 중 비가 내린 날이 32일이나 됐는데 이 같은 날씨는 농작물에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다.
미국선녀벌레 등 돌발해충도 지난달부터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들깨와 콩 등 밭작물의 수액을 빨아먹어 피해를 주고 있다. 비가 잦아져 수분을 너무 많이 흡수한 포도는 알이 터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랭지 채소 생산지인 강원도 평창 대관령과 강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다 자란 배추가 속이 곪아 썩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땅이 물을 가득 머금어 배추 잎이 누렇게 녹아내리고 속이 제대로 차지 않는 배추 무름병 등 병해가 확산된 탓이다.
대관령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박세훈(39)씨는 “올해 잦은 비 때문에 예년 생산량의 절반도 못 건질 것으로 보인다”며 “11만5700㎡ 밭 가운데 절반가량이 무름병이나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고 주변의 농가들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실제 농협에 따르면 지난 25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공급된 배추는 320t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 하루 배추 공급량이 700t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과일과 채소의 작황 부진으로 소비자 가격이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행이 지난 21일 발표한 7월 생산자물가 잠정치는 101.84로 6월보다 0.1% 상승했다. 생산자물가는 국내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 변동을 말하는데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 상추(257.3%)와 시금치(188.0%), 오이(167.6%), 배추(97.3%) 등 채소가 이상기후로 작황이 좋지 않은 탓에 전달보다 2∼3배 정도 치솟았다.
충주·강릉=홍성헌 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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