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집에서 만난 주하군은 얼굴에 미소가 가득 퍼지는 동안에도 주하의 왼손은 굳게 쥐어진 채 펴지지 않았다. 엄마 황정숙(40)씨는 안으로 휘어져 꼼짝 않는 아들의 손가락을 어루만지며 눈을 맞췄다.
“우리 주하는 시무룩해 있다가도 하루에도 몇 번씩 생일축하 노래만 불러주면 천사같이 웃어요. 마치 세상에 태어난 걸 축복받기 위해 사는 아이처럼요. 주하가 웃을 때면 행복한 세레나데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요.”
하루빨리 탄생을 축하받고 싶어서였을까. 주하는 26주 만에 엄마 뱃속에서 나왔다. 몸무게 970g의 미숙아. 당연히 인큐베이터로 옮겨졌다. 찌그러져 있던 폐가 펴지고 심장 판막도 정상적으로 발달해 갔다. 하지만 생후 41일째 되던 날 일이 터졌다. 황씨는 “3개월여 일찍 태어났으니 좀 더 인큐베이터에 있었어야 하는데 왜 40일 만에 아이를 꺼냈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주하는 인큐베이터에서 신생아용 바구니로 옮겨진 지 하루 만에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패혈증과 혈우병 증세를 보이더니 갑작스레 뇌출혈이 생기고 뇌실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주하는 엄마 품에 안겨보기도 전에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생후 1년이 되기도 전에 수술대에 오르기를 40차례. 그사이 오른쪽 뇌의 일부가 손상되면서 시력 저하, 왼쪽 신체의 발달 부전까지 겹쳤다.
“주하는 평생 몸 안에 호스를 넣은 채 살아야 해요. 양쪽 귀 밑부터 목 가슴 배꼽으로 이어지는 호스가 뇌에 물이 찰 때마다 빼주는 거죠.”
일주일에 두 차례 1시간30분씩 진행되는 물리, 작업, 운동 치료는 피더 시트에 기대있거나 바닥에 누워있는 게 전부인 주하의 일상에 비타민 같은 존재다. 지속적인 치료 덕분에 팔 힘도 좋아지고 표현할 수 있는 감정도 더 풍부해졌다. 황씨는 “지금은 국민건강보험 산정특례 대상자여서 치료비용의 10%만 부담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12월에 주하 생일이 지나고 나면 대상자(만 5세까지)에서 제외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치료비용이 저렴한 인근 복지관에 연락했는데 ‘대기자가 많아 3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부쩍 성장한 주하의 몸에 맞는 특수 유모차와 보조기 신발도 새로 장만해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제력 회복을 위해 사업에 도전했던 남편은 빚만 떠안은 채 10개월째 무직 상태다. 지난해 10월부터 밀려 있는 관리비 170만원을 8월 내에 납부하지 못하면 주하네 가족은 길거리에 나앉아야 할지 모른다. 아들의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황씨가 수세미와 성경책 커버를 만들어 팔며 팔을 걷어붙였지만 역부족이다.
황씨는 “절망하고 낙심할 만한 상황의 연속이었는데도 함께 기도의 힘을 모아 준 수원하나교회(고성준 목사) 성도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면서 “주하가 중환자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새벽에 다급히 응급실로 향할 때도 단체 카톡방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도응원이 정신줄을 잡아줬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따금씩 몸이 불편한 듯 괴성을 내는 주하를 안고 머리에 손을 얹은 채 기도를 했다.
“우리 주하를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습대로 온전히 지켜주세요. 주님의 품 안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아이가 되게 해 주세요.”
수원=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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