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특검 연장’ 밀어붙이지만… 현실은 ‘산 넘어 산’

야당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기간 연장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야당은 수사 기간 연장을 위해 특검법 개정안까지 제출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자유한국당의 반대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카드까지 거론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

자유한국당은 20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특검 수사기간 연장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채택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이후에도 특검을 계속한다는 것은 대선정국에 특검 수사를 이용하겠다는 대선용 정치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검 수사가 길어질 경우 대선 국면에서 여당이 불리해질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4당은 수사 기간 연장을 위해 공조하고 있다. 야4당 원내대표는 전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1일까지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을 승인하지 않으면 23일 특검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압박했다. 이들 정당의 의석수를 합하면 198석이다. 본회의에 특검법 개정안이 상정만 되면 가결시키는 데 문제는 없다.

그러나 특검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 있다. ‘친박 강경파’인 김진태 의원이 법사위 한국당 간사로 특검법 개정안 처리에 강력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법사위에서 특검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국회 파행사태가 빚어질 수밖에 없고, 국회가 싸우는 와중에 특검 수사 기간이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야권에선 민주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이 특검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한국당(94석)은 국회 의석 31.4%에 불과해 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조차 시도할 수 없는 처지다.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해야 가능하다.

문제는 특검법 개정안이 직권상정 요건에 해당하느냐다. 국회의장의 법안 직권상정은 천재지변이나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등이 발생했을 경우로 한정된다. 야권 핵심 관계자는 “정의화 전 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했을 때 야권이 얼마나 비판했었는가”라며 “정세균 의장이 이를 무시하고 특검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23일 특검법 개정안이 처리되더라도 황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검법 개정안 가결 이후에도 15일 이내 공포돼야 효력을 가지는 점 등 물리적으로 기간 연장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특검 수사는 오는 28일 만료된다.

야권은 마지막으로 여론의 압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 등 아직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혐의가 많다는 논리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황 권한대행이 연장을 승인하지 않으면 동업자가 동업자를 엄호하는 맹목적인 방패가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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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택 백상진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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