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홍콩 시민들은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 직선제 도입을 부르짖으며 거리로 나왔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약속을 뒤집고 2017년 3월 26일 예정된 행정장관 선거에서 직선제 도입을 거부해서다. 분노로 가득 찬 시민들은 당국의 최루탄 공격을 우산으로 막아내면서 홍콩 중심가를 79일간 점령했다. 국제사회는 이를 ‘우산혁명’이라고 불렀고 홍콩 시민들의 민주주의 수호를 향한 열망에 찬사를 보냈다.
우산혁명이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끝나고 2년여 시간이 흘렀다. 시위를 이끌던 학생들은 그동안 성장했다. 우산혁명의 주역 네이선 로(羅冠聰·23·사진)는 데모시스토당을 창당하고 지난해 9월 최연소 입법회의원(국회의원 격)으로 당선됐다. 국민일보는 지난달 23일 홍콩 입법회 901호에서 로 의원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행정장관 선거를 두 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로 의원은 행정장관 선거가 ‘선거(election)’라기보다는 ‘선택(selection)’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사실상 장관 후보자를 선택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투표일까지 2개월가량 남아 있어 일단 지켜보려 한다”면서 “다만 홍콩을 대변하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지지하지 않는 후보자가 나오면 투표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장관 후보는 존 창 전 재정사장(재정장관 격)과 캐리 람 전 정무사장(총리 격)이다. 둘 다 중국의 지지를 받는 친중파다. 로 의원은 “이들은 아직도 보수 기득권층처럼 행동한다”며 “중국 정부의 말을 듣고 민주주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행정장관 선거를 치르는 주체인 선거위원회에는 대부분 친중파가 포진했다. 선거위원회는 산업·경제계, 교수 집단, 노동·사회·종교계, 입법회의원 등 4개 분야에서 각 300명씩 선발한 1200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 중 범민주파는 326명이다. 선거위원회에서 150명 이상의 지명을 받으면 장관 후보 자격을 얻고 600표 이상을 받으면 당선된다. 렁춘잉 현 행정장관은 2012년 689표로 간신히 당선돼 ‘689’라는 별명이 붙었다.
“의원직 박탈 땐 홍콩 전역에서 저항 일어날 것”
“나를 묶을 수 있다. 고문할 수 있다. 심지어 이 몸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결코 나의 정신을 감금할 순 없다.” 로 의원은 지난해 10월 홍콩 입법회에서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외치고 선서를 시작했다. 홍콩 기본법 104조에 따라 입법회의원은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에 충성한다”는 선서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로 의원뿐 아니라 범민주파 의원 일부는 선서 전 반중 메시지를 함께 던지거나 선서문의 내용을 바꿔 읽었다.
중국은 발끈했다. 전인대는 “용납할 수 없는 국가분열 행위”라며 이들의 퇴출 방침을 밝혔다. 홍콩 정부는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치고 선서를 한 식스투스 바지오 렁 의원과 중화인민공화국에서 ‘공화국(Republic)’을 ‘Re-fucking’(욕설)이라고 말한 야우와이칭 의원을 상대로 사법심사를 신청했다. 전인대는 지난해 11월 이들 2명의 의원직을 박탈했다.
로 의원 등 입법회의원 4명은 지난해 12월 추가 기소됐다. 고등법원은 애초 2월 공판을 진행하려다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음달 1일로 공판을 연기했다. 공판 뒤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2∼3주 소요된다.
로 의원은 현재 소송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중국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면서 “만약 우리가 재판에서 지면 시민사회에서 큰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자신에게 투표한 5만여 시민들이 의석뿐 아니라 시민권까지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 홍콩반환 20주년… 인권 상황은 최악
올해로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지 20년이 된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지난달 11일 홍콩의 인권 상황이 1997년 반환 후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또 법치주의와 표현의 자유, 정부 신뢰도가 모두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2015년 10월부터 두 달 반 새 중국을 비판한 서적을 판매한 홍콩 서점 관계자 5명이 잇따라 실종된 사건을 조명했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도 지난달 31일 발표한 ‘2017 세계자유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홍콩 기본법을 재해석한다고 지적하면서 홍콩을 ‘부분 자유국’으로 분류했다.
로 의원도 이런 지적에 “동의한다”며 “인권 상황이 최악인 시기로 검열과 언론인 탄압도 자행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입법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가정으로 배달되는 홍보 책자의 내용을 검열했다. 홍보 책자에 있는 ‘자치’ 등 단어를 삭제하고 기부금을 받는 계좌도 막았다고 한다. 로 의원은 또 “홍콩 유력지 명보 류진투 편집국장이 2014년 괴한의 공격을 받아 생명이 위독할 정도의 중상을 입었다”고 소개했다.
로 의원도 폭행을 당했다. 지난달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사무총장과 함께 대만을 방문했다가 타이베이공항과 홍콩공항에서 친중 시위대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그는 “공항에서 나를 공격한 사람들은 중국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조직됐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중국의 지원을 받는 단체가 조직돼 있는 것 같다”며 “대만에서는 이미 극단적 친중 단체(애국동심회 등)를 ‘고용된 시위대’라 보고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 스스로 미래 결정할 자결권 확보가 목표
로 의원과 데모시스토당의 목표는 홍콩의 독립이 아닌 ‘자결권 확보’다. 홍콩의 고유성, 다양성, 유연성을 지킬 수 있다면 독립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로 의원은 “최근 지구촌이 국가가 아닌 도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도 독립이 중요하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홍콩 사람들이 정치, 경제, 문화 등 영역에서 벌어지는 의결 과정에 참여해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 의원은 “하지만 최근 많은 영역에서 홍콩인을 배제한 정책 결정이 일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결권 확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보통선거 실시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재검토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국양제는 (중국을 위한 것이지) 홍콩을 위해 생긴 시스템이 아니다. 홍콩 시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압박이 거셀수록 아시아 시민사회 간 교류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 의원은 “중국의 압력은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이 모두 겪는 문제”라며 “이웃국가의 시민사회와 더 많은 교류가 있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특히 “한국은 시민사회가 무척 강하다고 알고 있다”면서 “홍콩 사람들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시위를 보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 의원은 마지막으로 “계속 싸울 용기가 있다면 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는 말을 남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홍콩=글·사진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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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홍콩 자결’ 깃발 든 ‘스물셋 男다르크’
'홍콩 우산혁명' 주역 네이선 로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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