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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갈등 조정능력 不在를 확인시킨 ‘백남기 특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5일 공동으로 상설특검법에 따른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 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상설특검법을 활용할 경우 별도 특검법과 달리 법안을 새로 만들 필요 없이 특검 요구안만 국회에 제출하면 되고, 새누리당도 찬성한 법이어서 거부감이 덜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국회에서 요구안이 통과되면 2014년 법 제정 이후 첫 상설특검 사례가 된다.

야3당은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부검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위해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검 도입은 불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더욱이 명확한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에 반대하면서 특검을 도입하자는 야당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분명 진실은 하나인데 이를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차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다. 과학적 근거와 상식이 아닌 오로지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존한 결과다.

백씨의 죽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렇게까지 커지고, 1년 가까이 지속될 성격의 사안이 아니다. 경위야 어쨌든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한 국민이 사경을 헤매다 숨졌다. 사인 또한 경찰의 적법한 공권력 행사가 아닌 과잉진압 때문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설사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사고였어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정부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한 이상 위로와 사과가 선행돼야 했었다. 그 다음에 시위의 불법 여부를 따졌다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다.

백씨 사인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경찰이 살인할 목적으로 물대포를 쏘지는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외인사든, 병사든 경찰의 책임은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 동영상 등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있다. 이에 따라 응분의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한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갈등은 확산되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날로 늘어나는 것이다. 설상가상 법원마저 애매모호한 부검영장 발부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으니 도무지 출구가 보이질 않는다. 갈등 조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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