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손병호] 기도하지 마세요-from 알레포

Է:2016-08-21 18:12
ϱ
ũ

내전으로 5년간 1만8598명 숨진 알레포… 국제사회가 전쟁 중지 위해 적극 나설 때

[뉴스룸에서-손병호] 기도하지 마세요-from 알레포
우릴 위해 기도하지 마세요. 눈물도 흘리지 말아요. 저희를 불쌍하게 여기지도 말고요. 저희가 지금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에요.

저희는 시리아 북부 알레포의 동쪽 지역에 있는 15명의 의사들입니다. 반군이 장악한 지역이죠. 한 달 전부터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가 완전 포위한 상태라 30만명이 오도 가도 못하고 있죠.

저희는 매일 죽음을 봅니다. 하루도 예외가 없습니다. 그런데 매일이라는 표현은 어쩌면 한가로운 표현일지 모릅니다. 매일 죽어나간 것은 오래전 일이고, 최근 들어선 너무 한꺼번에 여러 곳에서 죽어나가기에 ‘전역에서 죽어나간다’는 말이 더 맞을 겁니다. 특히 요즘은 전투기가 폭격한 뒤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면 잠시 뒤 구조대를 공습하러 오기에 구조 활동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저희한테 제일 힘든 건 환자를 고르는 일입니다. 다들 죽기 일보 직전이지만, 그중에서도 어느 환자가 더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지 골라야 합니다. 의사나 약도, 수술 시설도 부족해 어쩔 수 없습니다. 같은 환자라도 어른보다는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이들을 먼저 치료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다같이 피 흘리며 아우성치는 아이들 중에서도 살리기를 포기해야 하는 아이를 고르는 일은 정말….

지금은 알레포 내 병원이 집중 폭격을 당합니다. 아마 한 달 뒤면 웬만한 병원은 다 파괴돼 있을 겁니다. 병원을 폭격하면 저희가 위험해진다는 얘길 하려는 게 아닙니다. 딱 2주 전 일이에요. 병원이 공습 당해 산소공급 장치가 고장났죠. 곧 산소호흡기에 의지했던 신생아 4명이 헐떡거리며 죽어갔습니다. 세상에 나온 지 며칠 안 된 아이들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요.

지금 이곳은 매일 매일이 공포입니다. 그런데 저희 의사들은 여기에 머물기로 결심했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울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우리 중에는 알레포 밖으로 외출했다가 알레포가 포위됐다는 얘길 듣고 다시 이곳에 돌아온 의사들도 있어요. 왜냐하면 우리마저 이곳을 버리면 정말 다 죽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며칠 전 피로 범벅이 된 채 구조된 5세 소년 옴란 다크니쉬의 모습에 전 세계가 안타까워했죠. 그런데 시리아 내전 5년간 알레포에서만 1만8598명이 숨졌고 그중 아이가 4557명이었습니다. 특히 요즘은 정부군이 수돗물까지 끊어놓아 우물가나 구호기구에서 나눠주는 물을 받으려고 길게 줄을 서 있다 공습 당해 죽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어쩌면 지금 알레포는 1995년 보스니아 내전 중 온 마을이 포위된 채 8000명 이상이 인종청소를 당한 스레브레니차 대학살 같은 그런 상황일지 몰라요. 상황이 이런데도 여러분은 가만히 있으렵니까. 다 죽어나가기 전에 행동에 나서 주십시오. 당장 국제사회가 알레포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선포해 주십시오. 이 내전을 중단시키는 일에도 적극 나서 주시고요. 결국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나서지 않으면 이렇게 독 안에 든 채로 다들 죽어나갈 것입니다. 우린 기도나 눈물, 동정보다 당신들의 ‘행동’이 더 절실합니다.

(이 글은 지난 11일 알레포의 의사 15명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와 지난 13일 알레포 현지 의사 오사마 아보 엘이즈의 미국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 내용, 지난 19일 미국 CNN방송의 시리아 소년 사망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알레포에 평화가 있기를 기도한다.)

손병호 국제부 차장 bhson@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