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유형진] 폭염이 우리에게 남긴 것

Է:2016-08-2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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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유형진] 폭염이 우리에게 남긴 것
더위가 막바지로 가고 있다. 극성을 부리던 이 여름 폭염에 고통 받던 이들이 많았겠지만, 나중에 우리는 올여름 더위에 경의를 표해야 할 날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1994년의 무더위를 말하기도 하지만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냉해가 있던 어느 여름이 생각났다. 덥지 않은 여름이어서 벼꽃이 패지 못하여 가을에는 거둘 것이 없었다. 모든 과일은 시큼텁텁했으며, 사람들의 모습은 여름인데도 분노하지 못하고 우울했다. 아마도 밀레니엄을 앞둔 세기말 분기위도 한몫했을 것이다. 나는 그때 처음 ‘라니냐’ ‘엘니뇨’라는 기상 단어를 뉴스와 신문에서 보게 되었다.

북위 33∼38도, 동경 124∼132도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며 꽃샘추위가 있는 봄을 지나 온화한 봄을 만끽하면 6∼7월에 장마가 있고, 뜨거운 여름과 청명한 가을, 그리고 겨울에는 삼한사온이 뚜렷하다고 배운 것은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1980년대 정보다. 하지만 이제 그 정보는 수정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더우면 너무 덥고, 추울 때는 너무 춥고, 긴 여름과 겨울이 지나면 봄과 가을은 그 흔적을 찾아야만 되는 기후 속에 있다.

폭염과 혹한을 겪을 때면 만나는 사람마다 날씨 이야기나 환경변화가 주요 대화 주제가 되고, 사회 이슈나 정치 문제는 꺼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매일 매일, 오늘이 어제보다 더 심해서 언제까지 버텨야 하나 알 수 없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폭염을 견디지 못해 실내공기를 차갑게 하려고 만든 실외기에선 엄청난 열기를 배출해 가뜩이나 더운 ‘공공의 공기’를 더 덥게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 내가 있는 실내가 쾌적하면 잊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외부로 통하는 창이나 문을 여는 순간 깨닫게 된다. 아, 이 바깥은 불지옥이구나.

폭염과 폭정의 비슷한 점은 날마다 ‘사상 최악’이라는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점은 폭염은 절기가 바뀌면 사라지지만, 폭정은 많은 이들이 마음먹고 바꾸지 않으면 ‘혹한의 폭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글=유형진 (시인),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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