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봉관 <5> 성경공부 통해 한글 깨우치고 ‘요셉의 꿈’ 키워

Է:2016-07-2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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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하며 꿈꾸면 복 갑절로 주실 것” 열한 살에 초등학교 4학년에 편입

[역경의 열매] 이봉관 <5> 성경공부 통해 한글 깨우치고 ‘요셉의 꿈’ 키워
이봉관 장로가 2009년 8월 청운교회 새벽기도회에서 대표기도를 하고 있다. 고된 유년 시절, 교회에 가는 것은 이 장로의 유일한 행복이었다. 서희건설 제공
논밭에서 만난 동네 머슴들과 다르게 내가 글을 읽고 쓸 줄 알았던 것은 교회를 다녔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기도하고 성경이야기를 듣는 것은 고된 삶 가운데 유일한 낙이었다. 성경공부는 지친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치유시간이자 학교에 다니지도 못한 내가 한글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수업시간이었다. 부모를 떠나 노예생활을 했던 꿈의 사람 요셉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늘이 괴롭더라도 꿈을 간직한 채 인내하면 하나님이 복을 곱절로 주실 것이라 믿었다.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서당개처럼 성경공부에 흠뻑 빠져 있던 3년여 동안 나는 한글을 깨우칠 수 있었다. 농사일을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성경말씀을 되뇌었다. 주일학교에서 열린 성경암송대회에서는 산상수훈이 담긴 마태복음 5∼7장을 모두 암기해 상을 타기도 했다. 학교에도 다니지 못한 ‘머슴 아이’가 101구절을 술술 암기하는 모습에 선생님들은 감탄했다. 어린 시절 교회에서 한글을 배우고 성경을 통해 사물의 이치를 깨닫지 못했다면 평생 일만 하는 머슴으로 살았을지 모른다.

당시 교회가 삶의 유일한 기쁨이었지만 그 기쁨을 얻기 위해 힘든 여정을 감수해야 했다. 우리 식구가 살던 집에서 교회를 가는 길은 산 하나를 넘고 큰 저수지를 지나 왕복 두 시간이 걸리는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다. 주일 밤 예배를 마치고 혼자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며 돌아오는 길은 어린 소년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특히 저수지를 지날 때는 짐승들이 우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물풀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로 오싹했다. 저수지에 빠져 죽었다는 귀신 이야기, 호랑이가 나타나 옆집 아이를 잡아갔다는 이야기들이 생각나 절로 걸음이 빨라졌다. 하지만 교회에서 찬송가 ‘주 안에 있는 나에게’를 배우던 날 상황이 달라졌다. 마음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담대함이 생겼다.

제일 무서운 길이었던 저수지 입구에서 막대기 하나를 부러뜨려 쥐고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주님을 찬송하면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내 앞길 멀고 험해도 나 주님만 따라가리.” 찬송가 가사대로 주님이 나를 항상 보호하신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 후로 이 찬송은 삶의 고난과 역경이 찾아올 때마다 부르는 내 인생의 애창곡이 됐다.

주일학교 선생님들은 어머니를 만날 때마다 “봉관이처럼 총명한 아이는 하루 빨리 학교를 보내야 하는데 무엇하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어느 날 밤 어머니 꿈에 아버지가 나타나셨다. 어머니 말씀으론 “아들 하나 있는 것을 머슴살이를 시키느냐”며 호통을 치셨단다. 어머니는 그날로 자신이 삯바느질을 해서라도 아들만큼은 학교에 보내야겠다고 다짐하셨다고 한다.

그때가 열한 살. 초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하기엔 너무 많은 나이였다. 한참 어린 동생들과 같은 학급에 다니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차라리 농사일이 낫겠다 싶었다. 친구들이 있는 4학년에 입학시켜 달라고 했지만 학교에선 교회를 다니면서 한글은 뗐으니 2학년으로 입학하게 해주겠다는 대답뿐이었다. 아들 얘기라면 세상 무서울 것 없었던 어머니를 조를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우리 아이 고집은 아무도 못 꺾으니 제발 4학년에 넣어 달라”고 수차례 사정했고, 결국 남들보다 4년 늦게 4학년으로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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