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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카톡 금지법·살찐 고양이법… 숨은 ‘민생법안’도 있다

눈길 끄는 이색법안

영화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광고만 보다 팝콘을 벌써 다 먹었다면? 심심한 입으로 영화 보는 걸 막기 위해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놨다. 티켓에 표시된 시간에 광고나 예고편을 상영할 경우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주 의원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 여권을 발급케 하는 여권법 개정안도 제출했다.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는 쟁점 현안이 아니더라도 국회가 국민 삶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먹고 마시고 놀고 일하는 모든 행위에 법률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은 법안도 여야 쟁점 법안이 아닌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근로시간 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내놨다. 제안 이유서에는 “근로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쓰여 있었다. 실제로 의학 전문가들은 ‘메신저 스트레스’가 자살충동을 최대 40% 상승시킨다고 밝혔다.

더민주 박경미 의원은 ‘인디아나존스 방지법’이라 불리는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제출했다. 문화재 도굴 처벌 공소시효를 10년에서 25년으로 늘려 범죄 예방을 도모한 것이다. 도굴은 범죄 특성상 외딴 유적에서 이뤄지고 유통 과정도 은밀해 전모가 밝혀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런 이유로 범인을 붙잡아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살찐 고양이법’도 주목받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제출한 ‘최고임금법안’은 한 회사 안에서 가장 많이 버는 직원이 가장 적게 버는 직원보다 30배 이상 임금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즉 최고경영자(CEO)가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싶다면 말단 직원 연봉도 함께 올리게 한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CEO가 직원 평균 임금의 각각 142.8배, 132.8배를 받는 것으로 드러나자 온라인에서는 “회장님은 140배 일을 더 하느냐”며 양극화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염소를 파는 사람은 가축 거래상인인가 아닌가. 현행법에서는 아니다. 이런 황당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누리당 이종배 의원은 축산법 개정안을 내놨다. 현재 소 돼지 닭 오리를 파는 사람만 가축거래상인으로 정부에 등록하게 되어 있는데 여기에 염소 상인을 추가했다.

더민주 박정 의원은 독학으로 쓴 책에 학점을 인정해주자는 ‘민간 연구 및 저술활동 지원법안’을 내놨고,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은 유교 유산이 풍부한 지역을 유교문화중심도시로 지정케 하는 ‘유교문화 계승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제출했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가야의 문화유산을 정비하고 가야문화권을 관광지로 육성하기 위한 ‘가야문화권 개발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문화·학술 분야에서 눈에 띄는 입법활동을 벌였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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