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 수화통역사 이영경 사모 “농아인은 세상의 땅끝입니다”

Է:2016-06-03 20:40
:2016-06-1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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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 수화통역사 이영경 사모 “농아인은 세상의 땅끝입니다”
김용익 목사와 이영경 사모. 강민석 선임기자
비장애인 수화통역사 이영경 사모 “농아인은 세상의 땅끝입니다”
이영경 사모가 수화로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비장애인 수화통역사 이영경 사모 “농아인은 세상의 땅끝입니다”
手話는 이렇게 말합니다 “농아인은 세상의 땅끝입니다”
비장애인 수화통역사 이영경 사모 “농아인은 세상의 땅끝입니다”
영락농인교회 성도들이 수요예배에서 나라와 민족, 전 세계 농아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농아인들은 기도할 때 눈을 뜨고 해야 한다. 강민석 선임기자
지난달 25일 서울 사직로 영락농인교회 목양실. 이영경(50) 사모가 남편 김용익(53) 목사에게 문을 열고 다가갔다. 김 목사는 기척을 느끼지 못했는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이 사모가 형광등 스위치를 껐다 켰다. 그제야 김 목사가 환한 얼굴로 사모를 맞았다.

김 목사는 청각장애인이다. 김 목사에게 이 사모가 “오늘 설교 준비는 다 됐느냐”고 물었다. 수화(手話)였다. “이사야서 41장 10절 말씀으로 묵상 중인데 하나님이 지혜를 안 주시네요.” 부부는 ‘소리 없이’ 크게 웃었다.

이 사모는 KBS 뉴스 등 방송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하는 비장애인 수화통역사다. 대학 유아교육학과를 다니던 중 수화 동아리에 가입한 것이 계기가 돼 직업이 됐다.

“청각장애인 중에서도 1∼2급, 농아인이라고 불리는 분들이 수화를 사용합니다. 이들은 수화라는 언어를 가진 소수민족이에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농아인이 수화가 아닌 필담이나 구화를 하는 모습은 현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사모는 “소리를 미약하게나마 들을 수 있는 청각장애인은 구화 사용이 가능하지만 전혀 듣지 못하는 경우엔 구화 습득이 어렵다”고 했다.

농아인의 모국어는 수화다. 비장애인이 사용하는 한국어는 이들에게는 영어와 같은 외국어인 셈이다. 농아인이 한글을 모르는 건 당연하다. 그러다보니 농아인은 책도 볼 수 없다. 글을 모르니 글에 담긴 문화도 알 수 없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관람했을 때였다. 일반 관객들은 ‘쟤 머리에 꽃 달았대’란 대사에서 빵 터졌다. 꽃을 달았다는 것이 미쳤다는 의미를 모르는 농아인들은 함께 웃지 못했다.

비장애인은 농아인이 게으르다는 비난을 하기도 한다. 농아인의 비장애인인 자녀들도 한글을 모르는 부모를 무시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 사모는 “너 영어 잘 알아? 네가 영어 모르는 것과 똑같아. 그렇지만 너희 부모는 수화를 제일 잘하잖아”라고 자긍심을 심어주려고 노력한다.

이 사모도 수화를 배우기 전에는 청각장애인에 대해 잘 몰랐다. 수화를 배우고 나자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농아인이 더 눈에 띄었다. 대학 4년 내내 주말이면 농아인 보육원인 인천성동원에서 봉사했다.

수화를 더 잘하기 위해 농아인교회로 옮기기도 했다. 이때 중고등부 전도사로 사역하고 있던 김 목사를 만났다. 만난 순간부터 서로 반했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게 됐다.

“그냥 사귀어보다 아니면 헤어져야지. 그런 마음으로 만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4대째 기독가정이지만 부모의 허락은 쉽지 않았다. 부모는 결혼을 가족회의에 부쳤다. 첫 번째 회의 때는 두 오빠까지 반대해 부결됐다. 두 번째 가족회의 때는 “평생 존경할 사람이고 이런 사람 만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가 기도하셨다. 주께서 쓰겠다 하라는 말씀을 주셨다. 가족의 만장일치로 1990년 10월 결혼했다. 이들도 부부싸움을 한다. 그러나 얼굴을 보고 말해야 하기 때문에 싸움이 오래가지 못한다.

이 사모는 쓰임 받는다는 게 감사해 농아인의 요청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방송에서 뉴스 통역을 하고, 자장면 배달 등 잔심부름을 해주기도 했다. 항상 농아인과 함께 있었다.

2015년 12월 드디어 국회에서 수화가 언어로 인정됐다. 그러나 농아인 학교에서조차 수화가 아닌 구화 교육을 하고 있다. 대부분 어릴 때 열병을 앓고 난 뒤 장애를 갖게 되는 농아인은 구화를 할 수 없다. 이 사모는 농아인의 언어인 수화로 유치원 교육부터 시작하는 대안학교를 세우는 게 꿈이다.

이 사모는 “수화는 손만 움직이는 언어가 아니고 얼굴 표정, 온몸으로 말하는 언어”라며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수화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한국인이 수화를 배워 청각장애란 영역이 사라지는 세상이 오길 꿈꿔본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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