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김은혜] 예수님을 웃게 하자

예수님의 삶을 자세히 기록한 복음서에는 예수님께서 눈물을 보이신 사건이 세 차례 기록돼 있으나 웃으셨다는 기사는 단 한군데도 없습니다. 단지 예수님의 분노와 괴로움 그리고 눈물의 감정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행복하기를 간절히 원하시며 행복을 주시는 예수님이셨지만 예수님을 만나 행복해진 사람들과 그들 공동체 이야기들 속에는 정작 예수님께서 행복해하셨다고 언급한 내용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수님이 항상 찌푸리며 심각한 얼굴로 33년을 사셨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예수님께서 항상 기뻐하셨기 때문에 제한된 종이에 행복한 주님의 모습을 매번 기록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행복을 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쁜 복음을 전하신 예수님은 이미 참된 행복을 누리셨던 분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에 대해 행복하고 밝게 웃으시는 이미지보다 채찍에 맞으시고 피 흘리시며 온갖 고뇌 가운데 희생하신 모습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미국 유학 시절, 행사 때마다 교회학교에서 즐겨 사용하던 선물 중에 유행처럼 번졌던 자그마한 조각 인형들이 있었습니다. 그 인형들은 예수님께서 유쾌한 표정으로 다양한 스포츠를 하시는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시원한 스윙으로 골프를, 멋진 자세로 농구 골대에 점프 슛을, 당당한 모습으로 야구를, 날렵하게 축구를 하는 예수님 등 어린아이부터 중고등부 학생들까지 모두 좋아했던 선물이었습니다. 스포츠를 즐기고 통쾌하게 웃으시며 우리와 똑같이 행복해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근엄하고 고난 받는 그리스도와는 거리가 있는 마치 친구와 같은 예수님이셨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선포하신 행복은 세상이 요구하는 행복의 기준과 매우 다릅니다. 산상설교에서 예수님이 선포하신 행복은 가난한 마음의 행복, 애통하는 마음의 행복,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의 행복, 의에 주리고 목마른 마음의 행복, 긍휼히 여기는 마음의 행복, 청결한 마음의 행복, 평화를 지키는 마음의 행복, 의를 위하여 핍박받는 마음의 행복 등이었는데 이러한 행복으로 예수님은 항상 기뻐하는 삶을 사셨던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행복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마음에 품고 그분의 가르침대로 살아간다면, 윤동주 시인의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처럼 때로는 괴롭고 고독하지만 행복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보리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들고 나온 아이를 보시고 얼마나 기뻐하셨을까요. 베드로의 아름다운 고백을 들으셨을 때에는 눈물 흘리시며 행복해 하시지 않았을까요. 발에 향유를 부은 여인을 바라보시며 따뜻한 미소를 보내주지 않았을까요.

이제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역설적인 행복의 마음을 품고 가정으로 직장으로 교회로 나아가 봅시다. 그 행복의 마음으로 삶의 자리에서 이웃에게 웃음을 선사합시다. 보리떡과 물고기를 가지고 나온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발에 향유를 부은 여인의 마음으로, 이런 모습을 통해 예수님을 미소 짓게, 아니 호탕하게 웃게 만들어 봅시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가장 행복한 사람, 그리스도인이 될 것입니다.

김은혜 교수 (장신대·기독교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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