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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화약고’를 넘어 글로벌 테러의 본산이 된 중동은 지금 한두 곳의 분쟁 타결만으론 해결이 불가능한 출구 없는 전쟁터다. 16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경제가 아닌 정치 의제를 처음으로 논의하고 “난민 발생의 근본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며 중동 분쟁의 정치적 타개를 촉구할 만큼 중동 위기는 전 세계의 숙제가 됐다.
‘아랍의 봄’이 실패로 끝나면서 중동 내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진 총성은 그 연원과 양상이 제각각이다. 하지만 종파와 민족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계속되는 유혈 충돌로 수많은 난민을 양산해 온 공통점은 분명하다. 특히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 세력들이 각국의 반정부 분위기에 편승해 급성장했으며 내전의 포화 속에 세계 각지를 암약할 자금과 인적자원,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파리 테러를 통해 유럽에 ‘3차 세계대전’에 준하는 충격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이슬람국가(IS)가 대표적이다.
IS는 시리아와 이라크의 정국 혼란을 틈타 발호했다. 미국이 이라크 후세인 정권을 축출한 뒤 난립한 수니파 반군세력 중 하나였던 IS는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아랍의 봄 여파로 흔들리자 국경을 넘나들며 급격히 세를 불렸다. 지난해 국가수립을 선언한 IS가 주요 유전을 장악하고 인종 학살·종파 청소를 단행하거나 인질극을 벌일 때만 해도 미국 등 강대국들은 ‘골칫거리’가 하나 는 정도로 치부했다. 하지만 수백만명의 난민을 촉발해 유럽을 혼돈으로 몰아넣더니 급기야 9·11사태를 연상시키는 파리 테러 등 대륙을 넘나들며 ‘전시상태’를 소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태가 이지경이 됐음에도 IS의 척결이 요원한 이유는 시리아 내전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중동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군부독재를 ‘악’으로 규정한 미국과 서방이 알아사드 정권의 척결을 위해 반군을 지원하고 나섰지만 시리아 정부의 오래된 우방인 러시아와 이란을 위시한 시아파 아랍국은 정권 축출에 반대하고 있다. 그 틈을 교묘하게 파고들면서 IS는 시리아에서 확고한 위치를 구축했다.
시리아, 이라크, 터키 접경에서 IS를 억제해 온 쿠르드족 반군들은 터키 정부의 견제로 본격적인 국제연합군과의 협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IS 척결에 첨병역할을 할 수 있는 쿠르드 반군이 정작 미국의 동맹국인 터키 정부에 제동이 걸리면서 시리아·이라크 전선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를 틈타 IS는 적극적으로 주변국에 진출, 세력 확장을 도모하고 나섰다. 12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자폭 테러는 레바논의 시아파 터줏대감인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IS의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지난달에는 군사정부와 반정부세력이 반목하는 무법지대, 이집트 시나이반도 상공에서 러시아 여객기를 테러해 이집트에서도 IS의 세를 과시했다.
IS뿐 아니라 정부군과 후티 반군이 내전을 벌이고 있는 예멘, 카다피 정권 축출 이후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 민족 간 갈등이 뒤섞여 난장판이 된 리비아, 알카에다의 또 다른 본산인 파키스탄 등지도 언제든 제2의 IS, 글로벌 테러리즘이 창궐할 여지가 충분하다.
때문에 국경도 출구도 보이지 않는 중동 분쟁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적 해법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난민 위기 해결에 앞장서 온 독일은 16일 “진퇴양난의 상황이지만 군사적 방법으로는 결코 테러를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IS에 대한 지상군 파병 카드를 끝까지 꺼내들지 않고 버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세계 경찰’을 자처하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연이어 치렀던 중동 개입 4반세기 동안 값비싼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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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문명을 테러하다] 종파·민족 갈등 얼기설기… ‘출구 없는 전쟁터’로
<3> 글로벌 테러의 씨앗, 중동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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