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땅에 묻지 마세요” 예멘의 에일란

내전이 한창인 예멘에서 미사일 공격으로 머리를 다쳐 치료받던 소년이 의료진에게 “나를 땅에 묻지 말아주세요”라고 애원하는 모습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며 예멘 내전의 비극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영국 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예멘의 사진작가 아흐메드 바샤가 촬영해 공개한 영상 속에는 여섯 살 파리드 샤키(사진)가 피투성이가 된 채 고통스럽게 침대에 누워 자신을 치료하는 의료진에게 가느다란 목소리로 애원하는 모습이 담겼다. 의료진 중 한 명이 파리드를 달래려 했지만 파리드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몇 차례나 “제발 저를 묻지 말아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자신의 죽음이 곧 다가온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살려 달라고 애원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파리드는 며칠 후 끝내 숨을 거뒀고, 결국 땅에 묻혔다.

사진작가 바샤는 BBC에 “지난 13일 거리에서 미사일 폭격 소리를 듣고 달려갔더니 어느 집에 떨어져 있었고 집 밖에서 놀던 5명 이상의 아이들이 병원으로 실려갔다”며 “파리드가 가장 많이 다친 상태였다”고 말했다.

바샤는 촬영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상을 올렸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가 며칠 후 파리드가 사망한 뒤에야 입소문을 타고 영상이 확산됐다.

현지 신문 타이즈시티가 지난 17일 게시한 영상은 지금까지 15만건 이상 시청됐다. 파리드의 사연은 두 달 전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에일란 쿠르디에 빗대어 ‘예멘의 에일란’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바샤는 “전쟁은 끝나야 한다. 전쟁의 정치학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아이들이 다치고 죽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멘에서는 지난 3월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동맹국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반군 후티가 수개월째 내전을 이어가고 있다.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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