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적으로 변형된 인간’ 괜찮을까

태어날 아기의 DNA를 인위적으로 바꿔도 괜찮을까.

최근 영국 과학계에서 배아를 유전적으로 변형하는 기술을 두고 생명윤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위험이 존재하지만 유전자 변형을 포기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목소리다. 그간 유전자 변형 기술은 유전적인 질병을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생명을 인간의 기술로 조작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돼 왔다.

일간 가디언 등은 1일(현지시간) 영국 의학연구회 등을 중심으로 중증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인간 배아와 기타 조직들을 유전적으로 변형시키는 것에 윤리적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게놈(genome) 수정’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DNA 코드 변형을 통한 ‘유전적으로 변형된 인간’이 탄생할 날이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영국의학연구회 등 생물의학 연구 지원기관들은 게놈 수정 연구, 질병 예방을 위한 변형된 면역세포 투입 등 특정 치료요법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인간의 DNA를 변형시키는 것은 더 광범위한 윤리적 논쟁을 필요로 한다고 전제했다. 인류에 가져올 잠재적인 이득 또는 과정상의 위험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우선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명서는 “생명윤리와 규제에 관한 논란은 계속 있어왔고 앞으로도 논란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생식세포 계열을 바꾸는 인간 배아 변형은 수십 년 동안 심각한 논란거리가 돼 왔다. DNA의 변화와 이에 따른 잠재적 위험이 세대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합당한 규제가 없을 경우 부모가 원하는 대로 유전적으로 조작된 ‘맞춤형 아기’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란 우려가 계속됐다.

영국 법은 임상 용도로 배아 유전자를 변형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 목적으로는 영국 인간수정배아관리국(HFEA)의 허가 아래 배아를 14일 후 폐기한다는 조건으로 허가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실험실에서 과학자들은 대사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적인 돌연변이를 방지하거나 체내 종양을 공격하는 세포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에이즈 등의 질병에 견디는 세포를 만들기 위해 게놈 수정 기술을 이용해 왔다.

가장 최근의 논쟁은 지난 4월 중국에서 과학자들이 불완전한 상태의 인간 배아를 채취해 DNA를 영구적으로 조정하려는 ‘일탈’을 시도한 것이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세계 과학계는 당시 중국의 연구에 우려를 쏟아냈다.

미국 재생의학회 대표인 과학자 에드워드 란피어 등은 “그런 연구는 치료 목적이 아니다.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한 모든 유전자 편집 연구를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영국 의료재단인 웰컴 트러스트의 캐서린 리틀러 정책 자문위원은 “인간 세포에 대한 이 문제를 고민하는 일, 특히 이를 의료적으로 적용하는 일에 대한 고민은 아주 중요하다”면서 “연구를 중단하는 것은 올바른 출발점이 아니다. 먼 길이 되겠지만 충분하고 면밀한 토론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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