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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강병민] 단통법, 소비자에게 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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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연일 단통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단말기 보조금 축소로 이용자들의 부담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시장거래가 냉각되었다는 것이다. 급기야 일부는 전 국민을 ‘호갱님’으로 만드는 악법이라며 단통법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말 그러한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러한 주장은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꾸려는 일부 이용자와 단말기 제조사 및 유통업체가 제기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의 큰 목소리 때문에 단통법의 긍정적인 효과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통법 시행 이전의 상황을 보자. 당시 이용자들은 가계통신비 부담이 과도하다면서 불평을 터뜨리고 있었다. 이에 이동통신사들은 요금 인하보다는 보조금 지급으로 대응했다. 상방경직성을 지닌 요금보다는 시장점유율 확대와 함께 일시적 보조금 지출이 전략상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죄수의 딜레마’ 게임 속에서 신규 가입에 대한 통신사들 간 보조금 경쟁이 과열로 치달았다. 즉 포화된 시장에서 한 사업자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보조금 수준을 올리면, 점유율 감소를 우려한 나머지 경쟁사들도 동등하거나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게 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결국 점유율 변화가 미미함에도 이통사들의 과도한 보조금이 ‘내시 균형점’이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과도한 단말기 보조는 통신시장에 여러 역효과를 낳았다. 첫째는 사업자의 요금인하 여력을 저하시키고, 이는 혜택이 가입자 모두에게 돌아가는 요금경쟁을 우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통신사는 과도한 보조금의 재원을 기존 가입자들의 영업이익에서 마련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용자들 간 차별성이었다. 이통사들이 기존 가입자보다는 일부 신규·번호이동 가입자에게 훨씬 많은 보조금을 지급했다. 보조금 정보에 밝은 일부 기존 가입자들도 단지 보조금을 받기 위해 타 사업자로 전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반면 기간 및 판매처에 따라 달라지는 보조금의 정보가 부족한 대다수 이용자들은 ‘호갱님’이었다. 또한 과도한 보조금은 휴대전화의 과소비를 유도해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교체주기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위의 불명예를 차지하였다. 결국 과도한 보조는 자원낭비와 함께 그 혜택이 일부 가입자들에게만 편중되었고, 통신서비스를 판매하는 이통사들이 매년 7조∼8조원 보조금을 부담하면서 제조사의 단말기 판매에 열을 올리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장실패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단통법이다. 단통법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 것을 빌미로 불이익을 받게 된 일부 그룹의 아우성 속에 단통법은 홀대받고 있는 듯하다. 단통법 폐지는 과거 상황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이다. 이용자 모두에게 고기능의 단말기를 거의 공짜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묻고 싶다. 소수 가입자에 편중된 과도한 보조금 혜택을 모든 가입자에게 보조금 또는 요금할인의 선택으로 골고루 나누어주는 것이 사회 전체의 효용 면에서 바람직한 것은 자명하다.

단통법 시행으로 이용자들은 자신의 수요 및 재정능력에 맞게 저가 단말기와 저가요금제를 선택함으로써 보다 합리적인 소비행태를 보이기 시작했고, 일일 가입자 수도 회복되는 추세다. 더구나 최근 제조사는 출고가를 낮추고 중저가 단말기를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이통사는 가입비 폐지 및 수요에 부합하는 요금제 개편을 가시화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말까지 보조금과 관련해 추가적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는 수백만의 가입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시장변화를 볼 때 단통법은 과거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법이다. 전 국민을 호갱이 아니라, 합리적 소비자로 만드는 법이다. 이 주장을 당장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단통법이 약인지 독인지는 시행 후 최소 6개월이 지난 후에 평가할 일이다. 단통법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병민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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