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2기 판정을 받은 70대 김철수(가명)씨는 3개월 전부터 항암치료를 중단해야 했다. 암환자에게 육식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채식만 고집하다가 체중이 약 7kg 이상 감소했고 체력도 바닥이 나 더 이상 항암치료를 이겨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병이 더 악화됐지만 주치의는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항암제를 투여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들은 몸에 좋다고 소문이 난 민간요법은 무엇이든 한다. 특히 상당수 환자들이 ‘암에는 육식보다 채식이 좋다’는 말을 믿고 쇠고기, 닭고기 등 모든 육식을 아예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들이 채식 위주의 식단을 고집할 경우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문희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암을 치료하는 데 특별히 좋은 식품이나 영양소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식사이며, 좋은 영양상태를 유지해야 암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암환자의 체내에선 항암제의 지원을 받은 면역세포가 암세포와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독한 항암치료에 맞서 몸이 견뎌내기 위해서는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항암치료는 암환자라면 누구나 겪는 힘든 과정이다. 독한 항암제 투여로 인해 탈모, 구토 등의 각종 부작용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때는 양질의 식단관리를 통해 체력을 확보해야 한다. 항암치료는 우리 몸의 나쁜 세포인 ‘암세포’를 파괴하기도 하지만, 건강한 세포인 ‘면역세포’도 파괴한다. 이 교수는 “영양가 있는 단백질, 각종 채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항암치료로 손상된 세포를 빨리 재생시킬 수 있으며, 암 치료에 따르는 각종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항간에는 ‘육식을 많이 하면 암이 더 잘 자랄 수 있다’는 속설도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근거없는 이론”이라고 말했다. 채식만 한다거나 몸에 좋다는 특정 식품만 유독 많이 먹는 것은 암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채식을 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불균형한 식단으로 인한 영양실조가 문제다. 환자 중 상당수가 악액질(암 등의 말기에서 볼 수 있는 전신쇠약증세)로 인해 사망한다.
실제 이 교수는 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 중에서 잘 먹지 않아 체력이 고갈돼 항암제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 영양실조로 치료가 중단되면 암이 급속도로 증식할 수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의료진과 전문 영양사의 처방에 따라 식단을 관리하는 게 필수다. 식욕부진으로 영양 결핍에 시달리는 암환자에게는 메게이스 등의 식욕부진 개선제를 섭취하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암 마다 주의해야 할 식단도 있다. 육류 중에서 쇠고기, 돼지고기와 같이 붉은색 고기를 섭취하는 것은 대장암의 발생 위험도를 높인다. 소시지나 햄과 같은 가공식품의 섭취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닭고기나 오리고기와 같이 흰색 고기를 섭취하는 것은 좋다. 튀긴 음식은 무조건 좋지 않고, 찌거나 삶은 고기를 먹는 것이 좋다.
유방암에는 콩이 좋지 않다는 연구도 있다. 콩에는 아이소플라본이라고 하는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성분이 있는데, 이 성분이 유방암 발생을 높인다는 결과가 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다만 지나치게 많은 콩류를 먹는 것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위암 환자는 위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짜고 맵고 찬 음식을 삼가는 게 좋다.
암을 이기는 식생활은 무엇일까. 우선 하루 세 끼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 끼니마다 고기, 생선, 계란, 두부, 콩, 치즈, 단백질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을 권한다. 채소 반찬은 매끼에 2가지 이상 있는 것이 좋다. 음식을 씹기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서는 음식을 다지거나 갈아서 줄 수도 있다. 음식은 너무 맵고 짜면 안 된다.
암환자 보호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보호자들은 환자에게 몸에 좋다는 것만 먹이려는 경향이 많다. 그러다 보니 환자의 평소 식습관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고기를 좋아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식단을 바꾸기란 어렵다.
이 교수는 “환자가 식욕부진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평상시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식단을 짜서 여러 가지 식품을 골고루 먹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장윤형 쿠키뉴스 기자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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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의 동행] 골고루 잘 먹어야 암 이긴다… 인하대병원 이문희 교수에게 듣는 ‘암환자 영양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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