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삼성'에서 '이재용의 삼성'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상장은 무게중심 이동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사업구조 개편을 차근차근 진행해왔다.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사전 정지작업을 했고, 본격적으로 지배구조 전환에 돌입하는 것이다.
앞으로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해 나머지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순환출자구조 해소, 중간 금융지주회사 도입 등의 걸림돌을 넘어야 한다.
◇사업구조 개편은 '땅 고르기'=삼성그룹은 지난해 9월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했다.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을 1조5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결정한 것이 출발선이다. 이후 9개월 동안 숨가쁘게 '땅 고르기'를 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9월 건물관리사업을 에스원에 매각하고, 급식과 식자재 유통사업을 분리해 삼성웰스토리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어 같은 달에 삼성SDS가 삼성SNS를 흡수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서는 지난 3월 31일 삼성SDI와 소재사업만 남은 제일모직의 합병 소식이 전해졌다. 이 합병으로 '삼성SDI·제일모직-삼성전기-삼성테크윈-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내 전자사업 수직계열화가 더욱 단단해졌다. 이틀 뒤에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합병도 결정됐다.
지난달 8일에는 그동안 상장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던 삼성SDS가 연내 상장을 공식화했다. 삼성SDS 상장으로 이 부회장 지분 11.25%의 평가액은 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상속세, 계열사 지분 확보 등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한 것이다. 이어 삼성에버랜드 상장으로 땅 고르기의 대미를 장식했다. 상장 후에는 순환출자 고리에 엮여 있는 각 계열사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하고, 이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조만간 건설부문 계열사 사업 구조도 조정할 전망이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과 함께 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 핵심은 에버랜드=삼성 오너 일가는 순환출자를 바탕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크게 봤을 때 순환출자 고리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물산'이다. 삼성에버랜드가 가장 위에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기정사실로 여긴다.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면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권이 한층 강해진다. 현재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는 상태에서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장악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이 부실한 셈이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서 핵심은 삼성에버랜드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다.
지주회사 전환의 첫 번째 관문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1% 처리 문제다. 삼성생명이 약 18조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주식을 팔면 이를 삼성전자가 자사주 형식으로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IT,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기타 부문의 지분구조 단순화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두 번째는 대부분 계열사를 나눠 지배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삼성에버랜드 밑으로 모으는 작업이다.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삼성전자홀딩스)로 나누고, 지주회사를 삼성에버랜드와 합병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자 부문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건설·중화학 부문 계열사를 모아 삼성물산 아래 두고, 삼성물산홀딩스를 삼성에버랜드와 합치면 전체 지주회사 체제가 모습을 갖추게 된다. 삼성생명을 축으로 하는 금융계열사는 삼성생명을 중간 금융지주회사로 두면 된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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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배구조 개편 급물살] ‘이재용의 삼성’을 위하여… 마무리 터닦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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