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러스 기아가 람머스를 뽑았다가 졌다. 2025시즌 마지막 패배가 됐다.
디플 기아는 18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플레이오프 패자조 2라운드 경기에서 T1에 1대 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패배로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2019년 1부 리그 승격 이후 처음으로 LoL 월드 챔피언십 진출에도 실패했다.
마지막 4세트 조건희는 람머스를 선택했다. 람머스는 비주류 픽일 뿐더러, 바텀보다는 정글이나 탑에서 더 강점이 발휘되는 탱커 챔피언이다. 디플 기아의 조커 픽은 빛을 보지 못했다. 조건희가 라인전에서 무리하게 딜 교환을 시도했다가 ‘오너’ 문현준(사일러스)에게 연속으로 킬을 헌납했고, 이는 디플 기아가 무너지는 스노우볼의 시작이 됐다.
그렇다면 단순히 람머스를 뽑은 판단 자체가 문제였을까. 밴픽 상황을 다시 복기해보면, T1이 밴픽에서 조건희에게 조커 픽을 꺼내도록 강요했다는 인상도 받는다. T1 ‘케리아’ 류민석은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내가 반대 팀에서 (서포터 픽을) 뽑는 입장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떤 걸 해도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밴픽을 다시 곱씹어본다. 4세트 진영 선택권이 있던 디플 기아는 레드 사이드를 선택했다. 1페이즈에서 진·잭스·나피리를 고르고, 2페이즈 첫 픽으로 나피리를 고르며 서포터 픽을 5번째로 늦췄다. 1페이즈에서 레오나를 선택했던 T1은 2페이즈 밴 카드 2장을 렐과 라칸에 투자해 조건희의 선택 폭을 좁혔다.
어느 포지션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서포터는 유독 피어리스 다전제는 시리즈 후반부에 쓸 만한 챔피언이 없다. 이미 앞선 세트에서 노틸러스·뽀삐·잔나·알리스타·니코·룰루·레오나 카드가 빠진 뒤였고 여기에 추가로 바드·렐·라칸이 밴 카드로 쓰인 뒤였다. 이미 10개의 카드가 빠졌다.
플레이오프 기준 서포터로 쓰인 16개 챔피언 중 조건희에게 남은 선택지는 블리츠크랭크, 탐 켄치, 마오카이, 진과 함께 쓰면 스킬 연계 효과가 미미한 레나타 글라스크, 브라움과 쓰레쉬였다. 이미 T1이 디플 기아와 조건희로선 새로운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고, 그중 가장 나은 선택지가 람머스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류민석은 “이미 상대 서포터가 어떤 것이든 뽑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람머스같은 변칙적인 픽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서포터를 픽했어도 우리의 조합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람머스를 충분히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람머스가 (실제로) 나왔을 때는 아무래도 람머스가 갱킹 호응은 좋아도 갱킹에 약하다 보니까 초반 설계로 람머스를 잡아먹을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T1이 상대에게 비주류 픽 선택을 강요하고, 비주류가 비주류인 이유를 플레이로 증명한 한 셈이다. 반면 디플 기아는 T1이 밴픽 단계부터 설치해놓은 그물망에서 최선을 다해 탈출해보려 했지만 끝내 실패했던 것으로 보인다.
양 팀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람머스에 대해 언급했다. 디플 기아 김대호 코치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해 “람머스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습했고 (결과가) 좋았다”면서 “3세트는 밴픽이 너무 안 좋았지만 4세트는 밴픽을 이겼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T1 김정균 감독은 “우리 챔피언들을 봤을 때 람머스가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챔피언이 없어서 크게 동요하거나 하진 않았다”면서 “람머스는 라인전에서 푸시 주도권이 제한적이다. 우리에게 갱플랭크, 사일러스 등이 있어서 개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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