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의 상호관세 조정 협상 타결로 한국에 적용되는 관세가 15%로 확정되자 식품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두지 않은 기업들은 수출 가격 인상 등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생산기지가 없는 삼양식품은 미국 내 일부 제품 가격 인상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25%였던 관세가 1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높아진 관세 부담을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현지 대형 유통사와 협의해 구체적 인상 폭을 조율할 예정이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등의 미국 수출 비중이 높아 관세 인상에 대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미국 법인과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해왔다. 지난해 전체 매출 1조7280억원 중 해외 매출 비중은 80%에 달하며, 이 중 미국 법인 매출만 약 2억8000만 달러(약 3868억원)로 전체의 28%를 차지한다.
오뚜기 역시 내부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오뚜기 측은 “미국 내 유통망이 직거래 유통사, 에이전트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 각 채널별 협의를 거쳐 대응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 내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있는 CJ제일제당과 농심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을 전망이다. CJ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비비고 만두’를, 농심은 캘리포니아 공장에서 ‘신라면’을 현지 생산하고 있다.
대상은 CJ와 유사하게 현지 생산과 수출을 병행하고 있음에도 가격 인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수출 물량 중 절반가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보내는 김치 품목 특성상 관세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아서다.
이에 대상은 국내 생산단가 절감과 미국 내 유통망 효율화에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LA 현지 김치 생산라인의 증설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대상은 202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종가 김치 생산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2023년에는 현지 식품업체 럭키푸즈를 인수하며 북미 생산 기반 확대에 나선 바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전날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3500억 달러(약 488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고, 양국 간 상호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관세율은 피했지만,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가 있느냐에 따라 기업 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며 “단순 수출을 넘어서 현지 생산, 판매, 브랜딩까지 아우르는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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