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들은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를 하루 앞둔 31일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내린 한국의 협상 결과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라고 평가하면서도 “농업 시장 개방은 정권에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이 한국에 책정한 관세율은 다른 주요 교역국인 일본‧유럽연합(EU)과 같은 수준”이라며 “이번 합의는 협상단을 워싱턴에 파견해 합의를 끝낸 이 대통령에게 자국 안에서의 정치적 승리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월 새 정부를 출범한 뒤 미국과 무역 협상에 임해야 했던 한국에는 긴 여정이었다”며 “이재명정부는 농업 시장 개방 같은 어려운 안건을 포함해 수십건의 합의를 한꺼번 체결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관료들과 시간 싸움을 벌여야 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은 한국의 제약 및 반도체 사업에 대한 관세를 여전히 고려하고 있다”며 한국에 남은 과제들도 짚었다.
블룸버그통신은 “2008년 한국에서 광범위한 시위를 촉발했던 쇠고기와 쌀 시장을 개방하는 문제가 부각된 이번 협상은 이재명정부에 특히 민감했다”며 “이번 협상 결과는 농민의 반발과 여당 내 이견으로 정권 출범 초기 허니문 기간을 훼손할 위험도 있다”고 내다봤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번 협상은 민감한 농업 시장 문제로 이재명정부에 특히 어려운 협상이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당장 경제적 고통을 피할 수 있어도 정치적 대가가 찾아올 수 있다. 특히 농업 시장 개방이 농민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들은 자국과 같은 15%의 관세율로 합의한 한국의 대미 협상 결과에서 차이점에 주목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공개한 무역 합의 발표문과 관련해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투자액을 ‘미국이 소유하고 관리한다’는 한 문장을 추가했다”며 “일본과의 합의 발표 당시에는 없었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닛케이의 미네기시 히로시 편집위원은 자사 온라인판 기사에 댓글 형식으로 쓴 해설에서 “이제 막 출범한 이재명정부가 협상 시한 내 타결을 우선시하며 대미 투자 규모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와 주한미군 병력 재편 문제를 둘러싼 어려운 협상도 남아 있다”고 짚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미 무역 합의와 관련해 “미국과 제3국의 협의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삼가겠다”면서도 “미국과 한국 간 동향을 비롯해 관련 합의를 높은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면서 일본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하게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하야시 장관은 지난 22일 먼저 체결된 미‧일 합의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율 조정을 위한 후속 조치에 대해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되는) 8월 1일의 기한을 염두에 두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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