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통상 협의를 위해 미국을 찾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다시 만나 1시간가량 무역 협의를 했다. 한국은 상호관세 부과를 눈앞에 두고 미국의 상무·재무장관을 릴레이로 만나며 ‘벼랑 끝 협상’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서 선보인 ‘타결 직전 투자 증액’이 최종 변수가 될 수 있다.
구 부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워싱턴DC의 미 상무부 청사를 방문, 무역 협상 핵심 인사인 러트닉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상호관세 등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동행했다. 전날 오후 3시 러트닉 장관을 만난 데 이어 20시간 만에 다시 마주 앉아 관세율 인하와 대미 투자 방안, 제조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이다. 구 부총리 등은 러트닉 장관과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를 주로 논의했고, 그리어 대표와는 관세·비관세 장벽 문제를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총리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시한 전날인 31일 오전 9시 35분(한국시간 오후 10시 45분)에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한미 고위급 ‘2+2 통상 협의’를 진행한다. 8월 1일 관세 부과 전 최종 담판으로 이 자리에서 한미 양국의 이견이 좁혀지면 곧바로 백악관으로 향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협상 타결에 도장을 찍을 가능성도 있다. 재무부 건물은 백악관에 인접해 있다.
구 부총리가 베선트 장관과의 담판에서 잠정 합의를 하더라도 트럼프가 협상 타결 전 투자 규모 등을 다시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는 일본,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서도 장관급 협의에서 잠정 합의한 안을 즉석에서 고쳐 대미 투자 규모 금액을 1000억 달러씩 증액한 바 있다. 트럼프식 협상이 타결 직전 최종 변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8월 1일은 우리나라에 아주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오늘 다른 나라의 여러 정상과 그들의 관세 상황을 다루고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많은 돈을 빚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특정한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는 앞서 트루스소셜에서도 8월 1일부터 발효되는 상호관세가 더 이상 유예되진 않는다고 못 박았다. 막판 협상 진행 중인 국가들은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한국을 언급하지 않고 다른 무역 협상국인 인도와 브라질을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협상에 진전이 없는 인도를 향해서는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또 브라질에 추가 관세 40%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브라질이 전직 대통령을 탄압하고 미국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검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은 브라질 정부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수천 명의 지지자들을 정치적으로 의도된 방식으로 탄압하고 위협하며 기소한 행위가 심각한 인권 침해에 해당하며, 이는 브라질의 법치주의를 훼손했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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