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위해 구성된 ‘2수사단’ 소속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체포 임무를 받았던 국군 정보사령부 요원이 법정에 나와 증언했다. 해당 요원은 체포 임무 내용을 알게 된 이후 요원들이 작전의 적법성에 의문을 표하거나 민간인에게 복면을 씌울 경우 사망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25일 열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내란중요임무종사자 혐의 재판에는 정보사 요원 A씨가 출석해 증언했다. A씨는 비상계엄 선포 당일(2024년 12월 3일) 밤에 소집돼 ‘롯데리아 회동’ 참석자인 정성욱 전 정보사 대령으로부터 선관위 직원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은 요원 중 한 명이다. A씨는 “4일 오전 5시30분에 출동해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한 곳에 모으고 케이블타이와 테이프 등을 이용해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직원들을 모으면 다른 인원들이 이들을 데리고 간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A씨가 속한 합동수사본부 2수사단 수사2부에는 북파공작원부대(HID) 요원들도 있었다. A씨는 HID 요원들이 체포 역할을 맡았던 이유에 대해 “특수부대원들이라 체격이 건장하고 사람을 제압할 수 있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대령이 케이블타이, 테이프와 함께 신발주머니처럼 생긴 복면을 준비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선관위 직원들에게 씌우는 용도였던 거 같다”며 “복면을 씌우면 극한 공포심을 느끼기 때문에 씌우려 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지난 2014년 발생했던 ‘특전사 복면 사망사고’ 사례를 언급하며 사고 우려를 언급하는 요원들도 있었다는 증언도 했다. 임무를 받은 뒤 사전 훈련 과정에서 복면의 크기가 맞지 않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이날 민간인 체포와 같은 임무를 정보사 요원들이 평소 수행하거나 훈련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요원들이 임무를 받은 이후 민간인을 체포하는 사유와 임무의 적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는지를 묻는 검찰 측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A씨는 이런 우려를 정 전 대령에게 전달했으나 정 전 대령이 “부정선거 혐의를 수사해야 한다”며 일축했다고 말했다.
작전을 준비하는 동안 비상계엄이 해제되며 이들은 실제 작전에 투입되지 않고 12월 4일 오전 5시30분경 소집해제됐다. A씨는 “임무의 위법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비상계엄이 해제되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