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장의 특별보좌로 활동한 경력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구 후보자는 당시 이 전 회장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설립한 견제기구와 관련해 자문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 2차관 출신이자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그가 문체부를 압박하려는 체육회의 전략에 관여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대한체육회 자료에 따르면 구 후보자는 2023년 4월부터 지난 2월까지 1년 11개월간 이 전 회장의 특별보좌를 지냈다. 특별보좌는 정식 채용 절차 없이 회장 직권으로 위촉되는 비공식 직책이다.
구 후보자가 자문한 사안은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과 관련된 것으로, 2023년 11월 평창에서 열린 전국체육단체 워크숍에서는 관련 발표도 진행했다. 이 위원회는 이 전 회장이 문체부 산하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를 견제하기 위해 별도로 설립하려던 조직이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국가스포츠위원회는 사실상 문체부에 맞서는 성격의 조직이었다”며 “공공조직 운영에 밝은 기재부 출신 인사를 영입한 것은 그 계획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형식상 자문 역할에 불과하지만 이 전 회장이 체육계 각종 비위 논란의 중심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구 후보자의 활동 배경을 둘러싼 비판도 제기된다. 이 전 회장은 업무방해, 금품 수수,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며, 지난 1월 3선 도전에 실패하고 체육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자문료가 불투명하게 집행됐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구 후보자가 수령한 자문료는 월 330만원이다. 유승민 현 대한체육회장은 특별보좌역에 지급하는 자문료 등이 불투명한 예산 운용의 대표 사례라며 특별보좌역 자체를 폐지했다.
구 후보자는 올해 초 공동 집필한 책 ‘잘사니즘: 포용적 혁신 성장’에서 “국가 보조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눈먼 돈은 먼저 본 사람이 쓰는 돈’이라는 속설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예산을 총괄할 인물이 불투명한 자문 활동에 참여하고 정부 부처와 대립하는 조직 설립에 힘을 보탠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