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드 페제쉬키안 이란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력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미국이 이란의 주요 핵 시설을 폭격한 데 따른 조치다. 다만 이 중단 조치에는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이란 국영방송 IRIB 방송은 페제쉬키안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의회에서 통과된 협력 중단 법안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이란 의회는 IAEA와의 협력을 중단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란 헌법위원회도 이를 승인했다. AP통신은 “페제쉬키안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국가최고안보위원회의 지지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정부는 핵확산금지조약(NPT)과 포괄적 세이프가드(IAEA 검증 활동)에 따른 IAEA와의 모든 협력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이 협력 중단은 핵 시설과 핵 과학자들의 보안이 보장될 때까지 유지된다”고 전했다. IAEA는 페제쉬키안 대통령의 협력 중단 명령에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무기급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이란의 프로그램을 감시하려는 IAEA의 능력이 더욱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전망했다. 다만 이번 이란의 조치가 전문가들이 우려한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공습에 대한 대응으로 IAEA와의 협력을 전면 종료하고, NPT에서 탈퇴한 뒤 핵무기 개발에 속도 내는 것을 전문가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았다. NPT는 각국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하지 않고 IAEA의 핵 감시프로그램을 허용하도록 하는 국제조약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미국이 폭격한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핵시설의 피해 상황을 평가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AP통신이 분석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지난 30일 포르도에서 이란 관계자들이 벙커버스터 폭탄으로 인한 피해를 점검하는 듯한 모습이 발견됐다. 사진에는 트럭, 크레인, 굴착기 등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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