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촉발된 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기업대표단의 기자회견이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거대책본부 국제협력단 공동단장인 이재강 의원이 주최한 회견에서 김진향 전 개성공단 이사장(현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상임의장)은 ‘로저스 회장이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다음 날 페이스북에 “짐 로저스의 지지 선언을 들었다”며 관련 내용을 직접 소개했다.
하지만 로저스 회장에게 이메일로 확인한 결과 그는 이 후보와 관련한 지지 선언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며 “완전히 사기”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1일 나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게 바로 진짜 여론조작이고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고,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도 “국제적 망신”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이재명) 거짓말이 일상화됐다”며 “허위 지지 선언이라니,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해당 보도가 돌연 삭제되면서 논란은 커졌다. 기자회견을 주도한 김 전 이사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로저스의 이 후보 지지는 사실”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지지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촉박한 일정으로 인해 저와 영국에 계신 송경호 교수님 사이에 짐 로저스 회장의 지지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최종 발표된 지지문 문구를 확정하는 데 일부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김 전 이사장은 로저스 회장과의 연결고리로 거론된 송경호 교수의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송 교수는 “로저스 회장이 내게 이 후보 지지를 위한 초안 작성을 부탁해 두어 번의 수정을 통해 최종안을 만들었다”면서 “(질의한 매체가) 일상적 범주의 지지를 뜻하는 ‘support’가 아닌 경제적·법적 책임까지 포함하는 ‘endorse’라는 단어로 질문해 로저스 회장의 기존 입장을 위축시켰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연일 관련 비판을 이어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사기범죄 세력이 국내에서 하던 버릇을 못 고치고 기어이 국제망신 대형사고를 쳤다”며 “이 후보는 선대위에서 최소한의 검증도 하지 않은 짐 로저스의 거짓지지 선언을 유세장에서 자랑스럽게 떠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사람을 세계 정상들과의 외교 무대에 대한민국 대표로 올리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조롱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며 “국회 다수당의 대통령 후보가 이런 사태에 휘말린 것 자체가 우리나라의 외교 참사”라고 규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81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