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지난 27일 ‘3차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 행위를 표현한 발언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민·노동단체들은 “이 후보의 발언은 대국민 언어 성폭력이자 아동 학대에 해당한다”며 규탄하고 이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이 후보를 경찰청에 고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이 후보가 TV토론에 출연해 폭력적이고 음란한 음향·화상을 배포했고(정보통신망법 위반),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아동복지법 위반) 등을 했다”고 적시했다.
오선희 민변 변호사는 “이준석의 언어 성폭력은 전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TV 토론을 시청한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명백한 정서적 아동학대”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도 공직 후보자가 혐오 표현을 사용할 수 없도록 제재하는 방안을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후보를 향해 즉각 후보직에서 사퇴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민주노총은 “이 후보가 성폭력 발언으로 혐오 정치 선두주자임을 증명했다”며 “지금 당장 사퇴하고 온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 후보의 발언은 최소한의 윤리와 예의가 없는 언사로, 주권자 모두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므로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대학생 단체, 한국여성민우회와 인권운동네트워크바람, 한국여성의전화 등도 이 후보에게 사퇴와 사과를 요구했다.
뿔난 시민들, 민원 접수 인증샷도
선관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 후보를 신고하는 시민들도 있다. 서울에 사는 A씨(32)는 선관위 홈페이지에 마련된 정치관계법 위반 신고 코너에 이 후보를 ‘위반행위자’로 신고했다. A씨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폭력적인 내용을 발언하는 것은 대통령 후보로서도, 국회의원으로서도 직을 내려놔야 할 수준의 위반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당장 후보직을 사퇴하고 사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이날 국민신문고에 이 후보 고발 사실을 밝히며 “형법상 여성 모욕죄,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등의 혐의가 있다”고 했다.
SNS 등에서는 방심위에 이 후보 발언에 대해 민원을 넣는 방법과 인증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이 후보 발언 관련 민원이 오전부터 수백 건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이 후보가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고, 성·나이 등을 갈라치기를 하던 생각들이 집약돼 이번 토론회에서 여과 없이 발언하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시청에 나이 제한 없이 모두가 볼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의 이 같은 발언은 미래 유권자인 어린아이들이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후보의 발언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며 “후보들의 공약이나 비전에 대한 건강한 토론이 오갈 수 있도록 문화와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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