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처음 떠난 부부 여행에서 전 재산이 든 가방(여행용 캐리어)을 택시 트렁크에 실은 채 잃어버린 70대 노부부가 경찰 도움으로 4시간 만에 가방을 되찾았다.
20일 부산기장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3시쯤 서울에서 부산을 여행 중이던 70대 노부부가 기장지구대를 다급히 찾아왔다. 이들은 “현금 1000만원과 금 2돈 등이 든 여행용 가방을 택시에 실은 채 내렸다”며 떨리는 손으로 거듭 “꼭 좀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들 부부는 제대로 된 여행 한번 없이 평생을 살아왔다. 노년에 처음으로 떠난 부부 여행이었고, 불안한 마음에 평생 모은 돈을 가방에 담아 함께 들고왔다. 문제는 하차 당시였다. 가방을 택시 트렁크에 실어둔 채 내렸고, 택시가 떠난 뒤에야 가방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차량 번호는 물론 하차 지점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고, 요금도 현금으로 지불해 추적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다.
기장지구대 조성재 경위와 김가영 순경은 즉시 112신고를 접수한 뒤 노부부를 순찰차에 태우고 하차 지점으로 추정되는 일대를 수색했다.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과 톨게이트 통행 기록 등을 바탕으로 차량을 추적한 결과 4시간 만에 해당 택시와 하차 지점을 특정할 수 있었다.
경찰은 택시 회사로부터 운전기사의 연락처를 확보해 전화했고, 기사는 “트렁크에 가방이 남아 있었던 사실을 몰랐다”며 당황해했다. 경찰은 곧바로 기장지구대에서 노부부와 택시 기사를 만나게 해 가방을 무사히 전달했다.
마침내 잃어버린 전 재산을 되찾은 노부부는 연신 눈물을 흘리며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조 경위는 “신고가 몰리는 시간대였지만 팀원들이 역할을 나눠 신속히 대응했다”며 “소중한 돈을 무사히 찾아드릴 수 있어 우리도 기뻤다”고 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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