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오는 10일과 11일 스위스에서 만나 상호관세 등 무역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미·중 관세 전쟁 이후 양국이 공개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앉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중 양국이 상대국을 향해 각각 145%, 125%의 관세 폭격을 주고받는 와중에 전격적으로 첫 협의에 나서면서 관세 전쟁이 한 차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미국 재무부는 6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오는 8일 스위스를 방문할 계획이며, 경제 현안을 담당하는 중국 측 수석 대표를 만난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의 이익에 더 부합하는 방향으로 국제 경제 시스템의 균형을 재조정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생산적인 회담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안보는 곧 국가 안보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더 강하고 번영하는 미국을 위해 국내외에서 앞장서고 있다”고 했다. 중국 측 수석 대표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에 나와 중국 측 인사들은 오는 10~11일에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베선트는 “145%, 125%의 관세는 사실상 금수조치나 다름없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우리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이번 논의는 ‘대형 무역 합의’보다는 갈등 완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먼저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보도자료를 내고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이번 주 후반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해 중국 측 카운터파트와 만나 무역 관련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무역 관계의 균형을 맞추고 상호주의를 달성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미국의 경제 및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각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제네바에 있는 우리 팀과 만나 다자 간 이슈에서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는 이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상대국 대표들과 생산적인 회담을 하게 될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관세 정책을 좌우하는 베선트 장관이 통상 문제를 담당하는 그리어 USTR 대표와 함께 중국 측 카운터파트와 협의에 나서면서 보복 관세와 맞보복 관세로 격화하던 관세 전쟁이 중대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예정된 회의는 워싱턴과 베이징 모두 적대 행위에서 벗어나는 출구를 찾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번 회담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 사이에 한 달 넘게 지속하며 경제적 피해를 주는 무역 교착 상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 교수는 NYT에 “양측이 마침내 서로 입장을 내려놓고 협상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발전”이라며 “본격적인 무역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은 작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양국 행정부에 경제적·정치적 이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트럼프도 이날 미·중 무역 전쟁과 관련 “중국은 협상을 원하고 만나길 원한다. 우리는 적절한 시점에 중국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진행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 선박들은 태평양에서 유턴하고 있다. 큰 선박들이 유턴하는 데 약 10마일(약 17㎞)이 필요하다”며 양국의 협상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이어 “(중국과) 현재 전혀 무역을 하고 있지 않다. 그들의 경제는 미국과 무역을 하지 않아 크게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1조 달러(약 1380조원)라면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1조 달러를 잃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에 원료를 제공하는 중국 책임이 크다며 관세 전쟁을 시작했다. 이후 불공정 무역을 주장하며 중국에 14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도 물러서지 않고 125%의 보복 관세로 맞서면서 세계 양대 초강대국의 무역 전쟁이 격화됐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