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이어진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로 인근 주민들은 공포에 떨며 밤을 보내야 했다.
29일 오전 8시쯤 조야동에서 만난 김모(56)씨는 연기가 자욱한 함지산을 바라보며 “여기서 50년 가까이 살았는데 이런 불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조야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그는 전날 오후 대피령이 떨어져 지인의 집으로 피신했다가 아침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예전에 수해가 났을 때도 대피는 안했는데 여기 살면서 처음 대피해본 것”이라고 전했다.
조야동 주민 정규성(74)씨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정씨 역시 전날 자신의 딸 집으로 대피했다가 아침에 돌아왔다. 정씨는 “어제 운동 나갔다가 산 넘어 노곡동 쪽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봤는데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불이 옮겨 가는 것을 봤다”며 “약도 못 챙기고 집을 빠져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대피소에서 밤을 지새운 주민들도 많다. 이날 오전 10시쯤 동변중학교 강당 대피소서 만난 양옥열(74·여)씨는 서변동 주민이다. 전날 밤 강풍에 서변동 민가로 불길이 번질 위험이 커져 급히 남편과 함께 대피소로 왔다고 한다. 양씨는 “서변동에서 50년 정도 살면서 대피는 처음이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동변중학교 대피소에는 28개의 텐트가 마련됐다. 전날 밤 230여명까지 대피했다가 오전에 대부분 빠져나가고 30여명만 남아있었다.
산림당국은 전날 노곡동, 조야동, 서변동 등의 주민 3514세대 6500명에게 대피를 안내해 7개 대피소에 661명을 수용했다. 나머지 주민은 친·인척 집 등으로 대피했었다.
대구=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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