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육관에서 생활하는 분들 대부분이 겉은 멀쩡한 것처럼 보여도 약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경북 영덕 산불로 시작된 대피 생활이 일주일을 넘어서며 이재민들의 건강이 우려된다. 이재민 대부분이 고령자로 복합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데다 수백명이 좁은 장소에서 집단생활을 하면서 취약한 위생 등으로 건강 악화, 합병증,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고 있다.
1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영덕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만난 박경연(90·매정2리) 할머니는 “간밤에 아저씨가 갑자기 구토를 하고 배가 아프다고 해서 주변의 도움을 받아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면서 “혼자서 병원에 갈 수도 없고 아직 소식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영덕군에 따르면 현재 이재민 906명이 대피소 17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영덕국민체육센터에 대피한 주민은 현재 240명으로 평균 연령은 70세를 넘는 고령이다.
황장리에 사는 안승호씨는 “지난달 25일부터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공동생활이 너무 힘든다”며 “대소변 등 생리현상 해결부터 딱딱한 잠자리까지 어느 것 하나 편한게 없다. 하루빨리 임시 거처라도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밀폐된 체육관에서 공동생활이 길어지자, 나이가 많은 이재민들은 당뇨나 고혈압 등 지병 악화가 걱정이다. 인근 모텔 등의 숙박시설에서 지내는 이재민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여든이 넘는 고령자가 체육관, 마을회관 등 임시시설 맨바닥에서 단체로 쪽잠을 자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먼지와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다.
또 언제 귀가할지도 모르는 생활이 계속되면서 육체적인 어려움은 물론이고 심리적으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영덕국민체육센터에서 만난 김종택 포항의료원 공공사업팀장은 “이곳에서 한때 진료를 받는 인원이 100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30~40명 정도”라며 “체육관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고령이어서 고혈압, 당뇨 등 지병은 물론 근골격계 환자와 감기 환자가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북도는 1일부터 의료지원 봉사활동은 물론 주민의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위한 집중 지원에 나섰다.
도는 대한의사협회, 경북의사회 등과 이재민들이 빠른 회복으로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총력 대응을 하고 있다. 이재민들의 기초 진료, 건강 및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하고 수액제(영양제) 투여로 회복을 돕는다.
또 주민의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도는 산불 발생 다음 날부터 도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모든 일정을 중지하고 지원에 나섰으며, 현재 여러 기관이 협력해 피해 주민에게 심리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영덕=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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