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가 새로운 탄소흡수원으로 해안림 조성을 시작한다. 무궁화의 일종인 황근이나 갯대추와 같이 오래전부터 제주에 자생했던 식물로 ‘세미 맹그로브 숲’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맹그로브(mangrove)’는 열대·아열대 지역의 해변이나 하구의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을 말한다. 조수에 따라 물속에 잠기기도 하고 나오기도 하는데, 일반 내륙 산림보다 높은 탄소 저장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국내 최대 황근 자생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를 시작으로 제주시 구좌·한림, 서귀포시 남원·대정지역에 2029년까지 해안림 140㏊를 조성할 방침이다. 계획을 모두 달성할 경우 연간 296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염생식물 활용”…“잘피 등 탄소흡수 기능 가진 식물 연구도 필요”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앞서 18일 제주시 삼도동 맹그로브 제주시티에서 열린 ‘제주자생 세미 맹그로브 숲’ 조성 방안 토론회에서는 해안림 조성시 다층적 식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신우석 제주연구원 연구원은 “다양한 식물이 존재해야 풍성한 생태계가 형성된다”며 “자생식물 복원이라고 해서 단일 식물에만 집중하지 말고, 오조리에서 볼 수 있는 갈대, 왕대 등 다른 염생 식물을 포함해 다양한 생물을 다층적으로 식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또 “해안림이 조성되면 한라산 구상나무에서부터 연안까지 제주의 생태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특히 나무만 보면서 제주를 관광하는 새로운 형태의 생태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관필 제주생물자원 대표는 “해안림 조성이 탄소 흡수원 확충을 위한 목적이라면, 잘피의 생육 환경을 만들어주려는 노력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피(seagrass)는 해수에 완전히 잠겨서 자라는 식물이다. 꽃이 피는 현화식물로, 다시마나 미역 등 해조류와 달리 잎과 줄기, 뿌리기관을 가진 고등식물이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 설립한 국제기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잘피숲을 맹그로브숲, 염습지와 함께 3대 해양탄소 흡수원으로 공식 인정했다.
송 대표는 “잘피가 추자도 해역에선 많이 보이지만 제주도 본섬 연안에선 해수온 상승으로 극히 일부에서만 자란다”며 “제주에서 절멸될 위기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릿대 역시 환경적으로 좋다 나쁘다 말이 많지만, 탄소흡수원으로서 훌륭한 자원”이라면서 “탄소흡수 기능을 가진 식물에 대한 분포 조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해안림을 조성할 때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강석보 어메니티 대표는 “나무 식재로 주민들이 건강해지고, 숲을 기반으로 적정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때 주민들은 환경 자산을 더 잘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며 “해안림의 환경적 가치와 다양한 기능을 연구해 공유하는 등 주민의 관심과 행동을 이끌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도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연구실장도 “주민 참여를 유도할 때 해안림의 다양한 기능을 설명하며 필요성을 납득시키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고기봉 오조리 전 이장은 “우리 마을에서도 처음에 주민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오조리는 환경 자산에 대한 주민 인식이 달라지면서 탄소배출권을 팔아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며 “마을 만들기에서 주민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맹그로브’ 명칭에 대한 여러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토론 좌장을 맡은 김명숙 제주대 생물학과 교수는 “(제주도의 사업 명칭인)‘맹그로브’는 어렵고, 사람들에게 다른 개념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연안 탄소흡수원 식생 조성과 같이 편한 표현을 쓰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보라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연구사는 “제주도 자생식물인 황근과 갯대추가 학술적으로 ‘세미 맹그로브’ 체계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 같은 용어를 사용했다”면서도 “사람들에게 맹그로브가 무엇인지 계속 설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우석 연구원은 “해안림에 대해 강렬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관련 연구에서 맹그로브라는 단어를 일부러 사용했다”며 “일반인에게 정책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부분일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탄소흡수원 확충을 위한 제주자생 세미맹그로브 연구’에서 제주지역 수종의 탄소저장량을 2년간 조사한 결과 제주 자생식물인 황근과 갯대추의 탄소 저장량은 느티나무, 섬오갈피나무, 동백나무보다 1.3~2배가량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세미 맹그로브 숲 조성은 제주의 고유한 자연 자원을 활용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탄소흡수원 확충 정책”이라며 “연안을 담당하는 해양국과 긴밀히 협조해 맹그로브 숲 조성 계획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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