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쳇바퀴 돌기

Է:2025-03-02 18:20
ϱ
ũ

어느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사람이 있다. 그는 평가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았는데, 누군가의 제보로 이 사실이 발각되었다. 그는 뇌물수수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대법원까지 갔으나 결국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너무 억울했던 그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뇌물죄는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공무원’을 처벌하는 범죄인데, 자신은 공무원이 아닌 ‘위촉위원’에 불과해서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재는 ‘뇌물죄의 공무원에 위촉위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면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한정위헌 결정’을 하면서 그의 손을 들어줬다. ‘공무원’의 의미를 잘못 해석해서 공무원이 아닌 위촉위원을 공무원으로 해석했으니 위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헌재가 그의 손을 들어줬다고 해서 곧바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서 ‘재심 개시 결정’을 받고 다시 재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까지 받아야 비로소 무죄가 되는 것이다. 그는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그는 다시 헌재에 ‘대법원이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면서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가 발끈했다.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도 일부위헌 결정인데, 법원이 왜 따르지 않냐며 그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버리기까지 했다. 대법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법률 해석 권한은 온전히 대법원을 중심으로 한 법원의 것이지, 헌법재판소가 법을 해석하고 그에 따르라고 할 권리가 없다면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된 헌법재판소법을 근거로 들었다.

이렇게 되자 헌재가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라는 부분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대법원이 든 근거 규정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해버렸다.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하여 진행한 재판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고 취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도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을 때만 해도 그는 법원에 재심만 신청하면 확정된 유죄판결이 뒤집히리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과 헌재 사이를 쳇바퀴 돌듯이 계속해서 오가기만 했을 뿐 결국 권리구제는 받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부정한 돈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더 이상의 재심 청구를 포기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해놓고 ‘모든 권력은 국민 위에 있다’라고 해석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