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반도체)과 영혼(OS·운영체제)의 부족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다. 더 큰 중국이 더 빠르게 부상할 것이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가 지난 17일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화웨이가 미국 규제로 어려움을 겪던 인공지능(AI) 반도체과 OS 개발에서 연이어 성과를 거두고 있다.
2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빅테크인 화웨이가 만드는 차세대 AI 반도체 ‘어센드 910C’의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의 비율)이 최근 40%를 기록했다. 지난해 20%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의 주력 생산품인 ‘어센드 910B’ 수율은 이미 상업 생산이 가능한 60%에 근접한 50%까지 올라왔다.
FT는 “어센드 910C의 추론 성능은 엔비디아 H100의 60% 수준”이라고 전했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부터 화웨이의 칩 설계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AI 반도체 생태계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화웨이의 AI 반도체 생산물량과 능력 모두 아직 엔비디아에 크게 못 미친다. 화웨이는 올해 어센드 910B 30만개, 차세대 910C 10만개 등 총 40만개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에서만 미국 규제 회피용 저사양의 AI 반도체 ‘H20’를 100만개 판매한 엔비디아에 크게 못 미친다.
화웨이의 자체 개발 OS인 하모니OS의 기술력 역시 호평을 받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2019년 미국의 무역 제한으로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자체 OS인 하모니를 출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하모니OS 넥스트’를 탑재한 메이트 70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블룸버그는 “화웨이의 인터페이스가 친숙하고 유저 친화적이다”라고 전하며 “(애플 iOS과 구글 안드로이드에 이어) 세 번째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들 중 가장 견고하다”라고 평가했다. 10억명에 달하는 사용자 풀에 더해 화웨이의 서비스·소프트웨어 공급 업체 육성 시도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앱 생태계의 빈약함으로 인해 안드로이드, iOS 유저들이 사용할 수 있는 수많은 앱을 하모니OS에서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은 한계다. 원격 회의 앱인 줌(ZOOM),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여러 AI 챗봇 앱은 아직 화웨이가 운영하는 앱스토어에 받을 수 없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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