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미래 전략 방향은 크게 두 축이다. 하나는 전동화 전환, 다른 하나는 목적기반차량(PBV)이다. 기아가 두 시장에서 치고나가기 위해 그동안 준비한 ‘승부수’를 유럽에서 동시에 공개했다.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첫 전기 세단과 개인 맞춤형 모빌리티 구현을 위한 첫 번째 PBV 모델을 올해 상반기 한국에 출격시킨다.
기아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스페인 타라고나의 타라코 아레나에서 ‘2025 기아 EV데이’를 개최했다. 글로벌 기자단과 임직원 약 500명이 참석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무대에 올라 “자동차업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경쟁사는 전기차 전략을 수정하고 있지만 기아는 아직 충족되지 않은 고객 요구에 부합하는 전기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정면으로 집중해 왔다”고 말했다. 잠시 뒤 낮은 차체의 EV4가 미끄러지듯이 모습을 드러냈다. EV3, EV6, EV9 등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만 구성됐던 기아 전기차 라인업에 등장한 첫 전기 세단이다. 준중형급 덩치에 81.4㎾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1회 충전으로 최대 533㎞(롱레인지 모델) 주행할 수 있다. 복합전비는 ㎾h당 5.8㎞다. 주행거리와 전비 모두 기아 전기차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
12.3인치 클러스터·5인치 공조·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매끄럽게 연결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중앙 콘솔을 앞으로 80㎜ 확장해 테이블처럼 활용할 수 있다. ‘인테리어 모드’를 활성화하면 운전자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시트 위치·조명·온도가 최적의 상태로 바뀐다. 한국과 유럽이 주요 타깃이다. 해치백 모델은 유럽에만 출시한다.
이날 콘셉트카를 공개한 소형 전기 SUV EV2도 해외전략형 모델이다. 2열 좌석을 등받이 쪽으로 올리고 1열 좌석을 최대한 뒤로 뺄 수 있도록 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앞문을 열고 1열 좌석을 문밖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소형 차급임에도 불구하고 차량 앞쪽 수납공간(프렁크)과 뒷좌석 폴딩·리클라이닝 기능을 적용했다. 내년 유럽 출시가 목표다.
기아는 이날 PBV 사업 전략도 공개했다. PBV는 특정 목적을 수행하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사무실, 식당, 카페, 숙박 등에서의 용도에 맞게 내·외부 디자인, 좌석 배치 등을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다. 대부분 완성차업체가 언젠간 도래할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치열하게 전동화 경쟁을 펼치고 있다면 PBV 시장은 기아가 먼저 주목하고 발빠르게 준비하는 분야다. 기아는 2022년에 PBV 사업 본격화를 선언했다. 지난해 PBV 전용공장인 ‘화성 EVO 플랜트’를 완공했다. 이후 현대자동차그룹의 첫 PBV 전용 플랫폼 E-GMP.S를 개발했다.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전용 플랫폼에 상부 차체를 결합하는 구조다.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차급에 적용할 수 있다.
기아는 E-GMP.S를 활용해 만든 브랜드 첫 PBV인 PV5를 이날 공개했다. 71.2㎾h와 51.5㎾h 2종류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했다. 배터리팩 내부에 모듈 없이 셀을 탑재한 ‘셀투팩(Cell-to-Pack)’ 배터리 시스템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다. 차량 정비를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시스템별 부품을 모듈화했다. 차량 운행 시간이 긴 고객을 배려한 조치다. 승객 운송용(패신저), 화물 운송용(카고), 휠체어 전용(WAV) 등 다양한 용도의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넉넉한 내부에 고객이 원하는 대로 시트를 배치할 수 있다. 기아 관계자는 “‘열린 상자’ 콘셉트로 간결한 디자인에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하고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모듈 방식의 맞춤형 사양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송 사장은 “PBV를 통해 맞춤형 전기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4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처음 선보인 뒤 상반기에 한국과 유럽에서 계약을 시작한다.
타라고나=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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