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시켜 준다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가져다 준다면, 정말 제가 제 자리를 떠나야 한다면, 저는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나토와 (제 자리를) 교환할 수 있다. 그런 조건이 존재한다면 즉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과 러시아에 의한 일방적 종전을 막기 위해 사임 카드를 처음으로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며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추진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제안이 성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서명을 요구하는 광물협상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1000억 달러의 지원을 받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5000억 달러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는 10세대에 걸친 우크라이나인들이 지불할 금액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귀광물 추출 수익금의 50%를 미국에 넘기는 계약에 서명하라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다. 이같은 광물협상이 성사되면 우크라이나는 최대 5000억 달러의 광물 추출 수익금을 미국이 100% 소유한 펀드에 투자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거래를 미국의 군사원조에 대한 “상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광물협상을 통한 미국과의 파트너십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FT 기고문에서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처음 침공했을 때 여러 미국 기업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며 미국 기업의 존재가 러시아의 추가 공격을 억제할 것이라는 워싱턴의 논리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야말로 향후 러시아의 군사적 침략에 대한 궁극적인 안전보장이라고 주장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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